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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변화

2009/05/24   어이 없는 기대. [5]
2009/03/01   방망이를 깎듯 공을 들인 고순도 교육 잡담. [2]
2007/10/19   기타의 현 긁히는 소음.

어이 없는 기대.

나는 기대가 배신되는 것이 두려운 편이다. 그래서 가급적 기대를 하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청렴하고 투명한 공직자라는 것은 나에게 그다지 큰 의미를 주는 존재는 아니다. 내가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가지는 기대도 청렴결백은 아니었다. 나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가 내려온 자리에 올라간 어느 천민처럼 비인간적인 배금주의와 사기로 평생을 더럽히지 않더라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노력이 좋았고, "싫어도 할 것은 해준다"는 자세와 비권위적인 태도가 좋았으며, 그가 고난에 대처하는 방식이 좋았다. 박노자는 그를 개혁사기꾼이라 칭했지만, 나는 그의 정치적 스탠스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이라 해도 좋았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고, 그런 면에서 노블했다. 게다가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된 과정은, 없는 것처럼 보이던 대안이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뤄진 사례라는 면에서 나에겐 기쁨으로 다가왔다.

말했듯 내가 그에게 기대한 것이 청렴결백이 아니었기에, 최근의 수사과정이나 결론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릴만큼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해보게 된다. 하나는 "나도 그렇게 되고 말았다"는 부끄러움, 혹은 (외람되지만) 책임회피이며, 또 하나는 밑에서 위로 올라온 자를 용서하지 않는 사회의 복수다. 둘 중 어느 것을 정답으로 간주한다 해도 나에게는 한국 사회의 변화 가능성이 상징적으로 사망한 사건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외국에 있으면서 인터넷으로만 접하다보니 점점 한국이 고담 대구처럼, 실제로 황당한 흉악범죄가 전 시민의 삶을 매일 위협하는 곳은 아니리라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도 막상 가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안 드는, 그런 곳으로 느껴지던 터다. 개떼들이 계급적으로 지배하며 군림하는 것도 끔찍한데, 그것이 영원히 변화하지 않고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에이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데"라는 말을 할 기운도 나질 않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엔 한국으로 돌아갈 유학생이 별 다른 고민도 대책도 없이 "한국 들어가기 정말 싫다, 여기서 살고 싶다"며 찌질대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참 보기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제 한국을 버리겠다"느니 하는 (게다가 자의식 과잉이기까지 한) 말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이글루스도 좀 버릴까 생각한다. 내가 뭐 대단한 블로거도 아니고 절필하겠다느니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블로그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글을 올리거나 리플을 확인하고, 리퍼러를 보거나 이오공감, 밸리를 둘러보는 일상화된 패턴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마찬가지로 구글리더에서도, 특히 시사관련 블로그들은 삭제하려고 한다. 좋은 소식이나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기대, 한국 사회와 완전히 단절돼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그에서 비롯되는 기대 같은 것을 끊어볼까 한다. 말했듯, 나는 기대가 배신되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니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소중하게 기릴, 설령 잊으려 해도 아마도 두고두고 그리워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by 퍼프 | 2009/05/24 02:24 | 이글루잉 | 트랙백 | 덧글(5)

방망이를 깎듯 공을 들인 고순도 교육 잡담.

1. 신해철은 아무래도 강남의 입시 전문학원과 대안학교를 구별할 줄 모르는 모양이다. 혹은... 대학가요제 대상 전까지 과외선생으로날리던 시절의 기억을 너무 학원드라마풍으로 미화해서 간직하고 있거나, 혹은 "그 시절엔 낭만이 있었지"거나. 근데 "내 말빨이면 뭘 못해 ㅋㅋㅋ"라는 생각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2. 가끔 사람들이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해서 "10살 이상은 다 죽여버리고 새로 시작해야돼!" 뭐 이런 소리 할 때가 있지 않나. 그 의미는 때묻지 않은 어린 세대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교육이 구조적 모순의 근원이라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저 문장에서 언급하는 나이는 이제는 훨씬 더 내려가야 한다. 하긴 뭐 술에 절면 뭔 소릴 못하겠어.

3. 참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가 변화하려면 교육이 변해야 하는데, 한국 사회가 변화하는 순서는 교육이 가장 마지막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러니까 뭐, 돈을 벌려면 배워야 하는데 배우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케이스? 닭을 키우려면 달걀을 부화시켜야 하는데 닭이 없으니 달걀을 구할 수 없다? 뭐 그런... 그럼 강남 입시 전문학원에 가서 우리 양계장에 꼭 맞는 닭을 사와야지 뭐.

4.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다. 교육제도가 하나의 기계라면 그것은 똑같은 통조림을 계속 찍어내는 기계가 아니라 부모의 계급을 재생산하는 기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가 머리가 나쁘고 노력이 부족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자책하는 아이들과, 부모가 능력이 없어서 자식 교육을 못 시킨다고 자책하는 부모들의 상처는 누가 업보로 짊어질 건가. 이래서내가 한국에서 자식 키울 자신이 없기도 한데, 자식을 갖게 된다면 성적 나쁜 것을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로 기르고 싶다. 그러면 아마... "세상 사람들 다 안 그러는데 아빠만 그런 소리 한다"며 신뢰도가 -100, 친밀도가 -200 내려갔습니다. 똘랑. 몰라, 안해.

5. 고등학교 때 국영수 종합반 같은 걸 잠시 다녔었는데, 언어영역이랑 논술 쪽으로 좀 유명한 학원이었다. 나름 체계를 가지고 잘 짚어주고 좋았는데, 정작 논술은 몽땅 말아 먹어서 큰 도움은 못 됐다. 반면 영어는 일단 당시로서도 시대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성문 종합영어가 교재였는데, "어차피 영문법 한 번은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채택 사유였다. 국어는 논술 중요하단 소리 하도 많이 하고 수학은 못 하니까 다닐까 싶은데 영어는 다니고 싶지도 않고, 종합반만 아니면 안 들으면 좋겠는데 교재며 강의계획부터 아...

그런데 오히려 지금 보면 그 수업에서 배운 게 가장 많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어수선하게 띄엄띄엄 배우던 영문법을 한꺼번에 정리한 이후로 독해 자체가 엄청 늘기도 했고. 그 강사가 늘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이딴 거 절대로 숙어랍시고 외우지마"였다. it~ that~, so~ that~, no longer than~ 같은 것도 숙어 차원으로 외우는 애들이 태반인 게 고등학교 영어 교육이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부사 + 전치사 형태로 된 숙어들도 상당수를 "숙어가 절대 아니"라며 "외우는 게 독이 된다"고 해줬다. "그냥 읽어버려야 하는 것"이란 걸 알려준 거지. 덕분에 영어 엄청 늘어서 한때 밥줄까지 삼았지. 지금 생각해도 고맙네. 나도 사교육의 혜택을 하나 정도는 받고 자란 듯.
by 퍼프 | 2009/03/01 23:19 | 이글루잉 | 트랙백 | 덧글(2)

기타의 현 긁히는 소음.

어쿠스틱/클래식 기타의 현 위를 손가락이 스치는 소리는 기본적으로는 연주 상의 에러 혹은 잉여다. 지금은 그런 소리가 섞이는 연주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런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 연주를 생각하기 힘들고 심지어 분위기를 더하는 효과로 사용될 때도 있지만, 모르는 일이다. 언젠가는 현 스치는 소음이 불필요하다든지 거슬린다든지 하는 분위기가 될 지도.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기타리스트들은 같은 프레이즈를 연주해도 현 스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법을 바꿀 테고. 그러다보면 "옛날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음반에까지 당당히 넣었대"라며 터무니 없다는 표정을 짓곤 할지도 모른다.

그러다가도 다시 LP 노이즈처럼 그런 소리가 유행이라도 탈지도 모르지. "역시 올드스쿨의 기타 연주는 현 스치는 소리가 인간적이고 따스해"라든지 하면서. 지금 시대에 음반에 LP 잡음을 의도적으로 섞어넣듯이, 그 시대의 기타리스트들은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프렛 스치는 소리를 일부러 넣어보려고 애를 쓴다든지, 그런 소리만 샘플을 떠서 곳곳에 첨가를 해준다든지, 심지어 미디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현 소음 리얼하게 넣는 법"에 관한 토막 강좌글이라도 올라올지도.

아아 망상이 끝이 없구나. 일이나 해야지.
by 퍼프 | 2007/10/19 06:39 | 재미있을까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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