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해철은 아무래도 강남의 입시 전문학원과 대안학교를 구별할 줄 모르는 모양이다. 혹은... 대학가요제 대상 전까지 과외선생으로날리던 시절의 기억을 너무 학원드라마풍으로 미화해서 간직하고 있거나, 혹은 "그 시절엔 낭만이 있었지"거나. 근데 "내 말빨이면 뭘 못해 ㅋㅋㅋ"라는 생각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2. 가끔 사람들이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해서 "10살 이상은 다 죽여버리고 새로 시작해야돼!" 뭐 이런 소리 할 때가 있지 않나. 그 의미는 때묻지 않은 어린 세대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교육이 구조적 모순의 근원이라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저 문장에서 언급하는 나이는 이제는 훨씬 더 내려가야 한다. 하긴 뭐 술에 절면 뭔 소릴 못하겠어.
3. 참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가 변화하려면
교육이 변해야 하는데, 한국 사회가 변화하는 순서는 교육이 가장
마지막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러니까 뭐, 돈을 벌려면 배워야 하는데 배우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케이스? 닭을 키우려면 달걀을 부화시켜야 하는데 닭이 없으니 달걀을 구할 수 없다? 뭐 그런... 그럼 강남 입시 전문학원에 가서 우리 양계장에 꼭 맞는 닭을 사와야지 뭐.
4.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다. 교육제도가 하나의 기계라면 그것은 똑같은 통조림을 계속 찍어내는 기계가 아니라 부모의 계급을 재생산하는 기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가 머리가 나쁘고 노력이 부족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자책하는 아이들과, 부모가 능력이 없어서 자식 교육을 못 시킨다고 자책하는 부모들의 상처는 누가 업보로 짊어질 건가. 이래서내가 한국에서 자식 키울 자신이 없기도 한데, 자식을 갖게 된다면 성적 나쁜 것을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로 기르고 싶다. 그러면 아마... "세상 사람들 다 안 그러는데 아빠만 그런 소리 한다"며 신뢰도가 -100, 친밀도가 -200 내려갔습니다. 똘랑. 몰라, 안해.
5. 고등학교 때
국영수 종합반 같은 걸 잠시 다녔었는데, 언어영역이랑 논술 쪽으로 좀 유명한 학원이었다. 나름 체계를 가지고 잘 짚어주고 좋았는데, 정작 논술은 몽땅 말아 먹어서 큰 도움은 못 됐다. 반면 영어는 일단 당시로서도 시대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성문 종합영어가 교재였는데, "어차피 영문법 한 번은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채택 사유였다. 국어는 논술 중요하단 소리 하도 많이 하고 수학은 못 하니까 다닐까 싶은데 영어는 다니고 싶지도 않고, 종합반만 아니면 안 들으면 좋겠는데 교재며 강의계획부터 아...
그런데 오히려 지금 보면 그 수업에서 배운 게 가장 많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어수선하게 띄엄띄엄 배우던 영문법을 한꺼번에 정리한 이후로 독해 자체가 엄청 늘기도 했고. 그 강사가 늘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
이딴 거 절대로 숙어랍시고 외우지마"였다. it~ that~, so~ that~, no longer than~ 같은 것도 숙어 차원으로 외우는 애들이 태반인 게 고등학교 영어 교육이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부사 + 전치사 형태로 된 숙어들도 상당수를 "숙어가 절대 아니"라며 "외우는 게 독이 된다"고 해줬다. "그냥 읽어버려야 하는 것"이란 걸 알려준 거지. 덕분에 영어 엄청 늘어서 한때 밥줄까지 삼았지. 지금 생각해도 고맙네. 나도 사교육의 혜택을 하나 정도는 받고 자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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