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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by 狂風
4월, 날씨, 학교, 음악, 권력 잡담.

1. 4월은 맑은 날이 많았고, 5월이 되면서는 60년대 프랑스 영화 여주인공처럼 변덕스러운 날씨로 돌아왔다. 선글래스와 우산을 모두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 성가시고 무겁지만, 두 아이템 모두 "가져와서 다행이야"라고 하게 되는 날들이 많다. 준비성 좋은 사람들에게는 축복의 시즌일지도 모른다. 작년에 쓰던 비쉬 선블록은 너무 끈적거려서 특히 이런 날 너무 괴로웠다. 햇빛이 쨍쨍하니 안 바를 수도 없고, 비오면 머리도 부시시해지는데 얼굴에 바른 선블록에 머리카락이 달라붙는, 그런 것. 아벤으로 바꿨는데, 바를 때는 마치 뚜껑을 며칠 열어둔 크림처럼 뻑뻑해서 잘 안 발라지지만, 바르고 나면 희한하게 끈적거림 같은 게 별로 없다. SPF 45라는 걸 생각하면 매트한 편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조금 무거운 감이 들기도 한다.

2. 요즘은 그래도, 햇빛이 나면 "좋다." 하고 생각할 줄도 알게 된 것 같다. 하늘이 맑은 4월은 싫었다. 5월도 중순이 된 지금도, 4월은 싫다. 생각해 보니 학교에 "2월"이란 뜻의 성과 "6월"이란 뜻의 성을 가진 애들이 하나씩 있다. 왠지 두 사람 사이에 끼이면 안 될 것 같다. 다행인지 그 둘은 전혀 친한 것 같지 않다. 그 둘 모두가 가는 자리에는 우연히라도 가지 말아야지. (...)

3. 한국에서의 대학 4학년 2학기보다 더 긴장감이 없는 졸업반 2학기다. 수업을 안 하니까 그럴 수밖에... 성적 처리 문제는 뭔가 좀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 같긴 한데, 지금이나마 과제를 내주는 선생님들이 좀 있다. 이게 뭐 어떻게 되려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9월 15일 이전에는 졸업증명과 대학원 입학증명을 받을 수 있어야 하니까. 졸업 프로젝트가 됐든 학점이 됐든 조만간에 일단락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이제는 조금 움직여야 할 때인데, 역시 늘어진다. RSS 리더에도 안 읽은 글들이 쓸데 없이 쌓여가기만 하고. 확 다 지워버릴까.

4.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읽었다. 현대의 음악의 주요한 형태는 "공연"이 되었는데, 전통적으로 음악이란 가정 내에서 가족들끼리 즐기는 것이었던 것에 비교해, 관객의 일상생활과 유리된 공연이라는 장소/시간적 제한이 음악을 제례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에 대해 글렌 굴드는 공연 이외 형태의 음악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여 그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 (사이드가 딱 이렇게 말했다는 게 아니고 내 맘대로 막 썼음) 이게 왜 재밌냐면, 나는 벤야민의 글을 음악에 대입해 "음악은 성당이나 궁정에서나 듣는 것 -> 음반으로 대량복제 -> 권력 상실"이며, 현대 음악 재현의 중심은 역시 (대중음악 한정의 이야기겠지만) 음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반이란 매체가 대중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1차적) 종교와 권력의 장소를 떠난 공연이란 형태는 존재했고, 벤야민의 논리는 역시 음반으로 수렴된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공연이란 형태는 확실히 벤야민 식으로 이야기해도 아우라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겠다. "라이브로 들으면 달라!"라는 것. 적어도 회화에서의 진품의 아우라라는 것이 복제 기술적 한계에 상당부분 기인한다고 생각한다면 (고흐의 텍스춰를 프린트로 어떻게 재현하겠나, 잭슨 폴록을 실물 크기로 프린팅하겠나, 뭐 그런 이야기) 이는 공연과 음반의 차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U2의 라이브 DVD도 그런 의미에서 흥미롭고. 또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눈앞에서 "직접" 본다는 것이 기쁨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권력관계를 전제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까지는 사이드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별로 없다.

다만 궁금한 것은, 누구나 주머니에 아이포드를 넣고 다니는 오늘날에도 과연 공연이 음악 경험의 중심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캐나다 애가 자기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은 불법 다운로드 받아서 듣지만, 그에 대한 예의와 지지의 표현은 최대한 공연을 자주 감으로써 하고 있다"는... 뭐 솔직히 아전인수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름 흥미롭게 들은 적이 있지만서도. 어쨌거나 음반 혹은 음원이 음악 경험의 중심이라면, 그 지점에서도 아우라를 획득하려는 노력은 존재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당장 떠오르는 가능성은 라우드니스 워와 일부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예술과 권력" 수업 교수가 과제를 내주면서 주제 잡아서 연락하라고 했는데, 앞부분의 이야기보다는 라우드니스 워와 권력의 관계가 더 적합하겠다고 답이 돌아왔다. 일단 결론이 더 명확하게 나와 있는 상태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대량복제 시대의 음악은 상업적 경쟁과 예술 권력의 우위를 얻기 위해 음량 경쟁을 시작하게 됐고, 결국 음질의 열화를 거치면서까지 지나친 경쟁이 이뤄졌으며, 이에 반대하는 운동도 이뤄지고 있다." 뭐, 좋은 얘기니까. (특히 대중음악에서) 음악 경험의 중심이 공연에서 음원 형태로 이동했다는 것을 논증한다면 앞의 이야기와도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넘어가도 괜찮겠지.

5.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에드워드 사이드의 <음악은 사회적이다>의 한국어판은 번역의 퀄리티가 챕터 별로 차이가 꽤 있어서 아쉽다.
by 퍼프 | 2009/05/17 20:49 | 이글루잉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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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라흐 at 2009/05/24 01:44
5. 저번에 그 책 찾다가 포기;
Commented by 퍼프 at 2009/05/24 02:26
보내준 그 책 맞음. 프흐.
Commented by 김라흐 at 2009/05/24 02:35
보낸게 맞구나;
다행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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