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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by 狂風
Warp 20, 2일차 @ Cité de la musique.

Live : Leila, Plaid, Aphex Twin & Hecker, Flying Lotus, Clark
DJ : Warp DJs, Luke Vibert, Hudson Mohawke, Rustie
Films : This is England, Mira Calix 비디오 설치, Warp Vision clips.

1일차의 경험을 살려 조금 늦게 입장했다. 1천 명은 확실히 안 돼 보였던 첫날과는 달리, 2천 명은 가뿐히 넘을 것 같이 붐비는 공연장. 그 중 대부분이 에이펙스의 공연을 보러 왔을 거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찔했다. 게다가 일정표에 의하면 에이펙스의 공연은 라운지에서도 실시간으로 중계할 것이라고 하니, 주최 측에서도 에이펙스 공연에 위험할 수준으로 인원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 공연장은 덥고 답답하지만, 플레이드의 공연을 보고선 에이펙스가 끝날 때까지 공연장 안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레일라의 공연은, 뭐랄까 내 취향은 참 아니었다. 반응도 나름 괜찮고 연주하고 있는 부스 내부에 4대의 카메라를 달아서 손동작 하나하나를 화면에 비춰주는 점 등은 재미있었지만. 우주 신화적인 분위기의 영상들은 그 전날 생각했던 프로그레시브와의 연관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고, 사운드의 밸런스도 새로운 소리가 나올 때마다 너무 강해서 페이더를 확 낮추는 식의 일이 굉장히 잦았고, 음악도 지나치게 센티멘탈해서 신파스러운데다가, 결정적으로는 때리고 풀고 반복하고 마무리하고 끊는 타이밍 같은 것들이 아무 때나 아무 거나 한다는 인상이 너무 들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지루했다. 루크 바이버트의 디제이 셋이 중간에 겹치게 돼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파블로스의 전화가 와 있었다. 공연 티켓을 결국 못 구했는데 일단은 공연장 앞에 와 있으니 괜찮으면 잠깐 얼굴이나 보자는 것. 입구에 얘기하고 손목에 스탬프를 받아서 밖으로 나왔다. 스탬프가 일단 있고 짐 맡긴 표도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찢지도 않은) 티켓을 파블로스에게 넘겨주고, 파블로스와 함께 온 그래피스트라는 친구가 베껴 그릴 수 있도록 손목의 스탬프에 호호 김을 불어서 두 녀석의 손목에 찍어주었다. 둘은 문제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으하. 90유로 어치의 선한 업보를 쌓았다. (선한 것인지는 아주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무시하기로 하자.)

잠시 있으니 시작되는 루크 바이버트의 디제이 셋. 아우 정말 너무 잘하는 거 아님? 정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리고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던 자비스 코커가 내가 춤추는 바로 앞에 한 10분쯤 서 있었는데, "넌 무릎 꿇고 앉아서 반성하면서 들어!" 라고 해주고 싶었다. -ㅅ= 그 뭐랄까, 캘리포니케이션에 나오는 데이브 듀코브니처럼, 막 살다가 지저분하게 늙은 사람 같은 모습이라 참 보기가 그렇더라. 자기도 나름 고생도 많았고 그랬겠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지. 철저하게 때려주고 찔러주는 바이버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몇 시간이고 놀고 싶었지만, 플레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레일라 공연 시간에 바이버트를 넣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 거야! 흑.

플레이드는 예상한대로였다. 그러니까 뭐, 예상보다 훨씬 죽인다든가 그런 것은 솔직히 아니었지만, 충분히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라이브였다. 앞뒤로 비트를 밀고 당겨가며 복잡한 리듬을 뽑아내는 솜씨며, 비트 자체의 탱탱하게 살아 있는 질감이며, 단순한 듯하면서도 훌륭한 음색으로 깨끗하게 깔아주는 신스들이며. 상당히 느린 비트로 천천히 밟아주면서 그 사이에 리듬을 쏟아붓는 솜씨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바로 다음이 에이펙스니까 진 빼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도저히 놀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니깐. 그런데 프랑스 관객들 다들 왜 이렇게 얌전한지, 어떻게 이런 비트에 꼼짝도 안 하고 서있나. 정말, 움찔하지조차 않는 애들이 반은 되고, 1/4 정도가 대충 슬렁슬렁 흔들고, 나머지 1/4은 정신 없이 놀고. 아니, 안 놀거면 뒤쪽으로라도 가라고! -ㅅ= 플레이타임이 조금 짧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너무 좋은 공연이었다. 플레이드 만세.


너무 열심히 놀아서 덥기도 하고, 공연장 내부 공기도 탁해서 잠시 바람을 쐬고 싶었다. 플로어 바깥으로 나왔더니......입장구마다 1백여명 씩의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안전요원들과 서로 문을 밀며 싸우고 있었다. ... 심각하게 싸운 건 아니고 반쯤장난식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충격과 공포란. 나가는 건 포기하고 다시 들어왔는데, 이미 플로어는 전원이 어깨를 맞댄채가득했다. 주위에서는 마리화나를 피워물며 워밍업하는 녀석들도 많고 (프랑스는 실내흡연이 불법)이미 뜨겁게 달궈진 분위기.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로, 주위에서는 "에이펙스를 듣는데 몸도 못 움직이면 그건 차라리 고문 아냐?"라는 불평들이. 에이펙스의 공연은 2시간으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우리 지금부터 이 상태로 2시간 동안 있는거야?" 했더니 반경 2~3미터의 사람들이 다 웃으면서 쳐다봤다. 뭐야, 내가 뭐 이상한 말 했어?! ; "아니 그냥 난,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서..." "하긴 그래. 아니 물론, 이왕 공연장에서 죽어야 한다면 아이언 메이든의 공연장에서 죽는것보다야 영광이겠지만." 뭐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 가운데, 크리스 커닝햄 닮은 리처드 제임스 입장.

전날은 각 공연이 평균 30분씩 지각 스타트를 했고, 레일라도 15분 정도는 늦게 시작한 것 같았다. 반면 에이펙스는 거의 정시시작. 그래서 플레이드의 공연이 짧아진 게 아닌가 생각해보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시간 지켜준다는 것이 어떻게보면 고맙기도 했다. 크리스 커닝햄은 75분 일정에서 45분 채우고 딱 나가버렸거든. 어쨌든 스크린에 에이펙스 로고가 뜨는것만으로도 열광하는 관객들. 빙글빙글 돌아가는 에이펙스 로고와 함께 공연 시작.

근데 솔직히... 앞에서 4번째 줄정도에 위치했음에도 리처드 제임스 얼굴도 제대로 못 보겠고. 높은 곳에 걸린 영상을 보면서 놀자니 너무 앞이라 목도 아프고.게다가 몸을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주위 사람들이랑 부대끼게 되는데, 차라리 한국 클럽에 놀러온 미군 애들처럼 막 부딪치고 놀면말을 않겠는데, 주위 사람들과 터치 안 하려고 하고 움직이지도 않는 프랑스 관객들 틈에서 혼자 마구 놀려니까 도저히 신경이쓰여서 음악도 못 듣겠는 거라. 서서히 숨도 막혀오고 해서 한 20분 듣다가 밖으로 나와버렸다. 물론 에이펙스의 공연을 놓쳐도그만이라는 깡다구;는 아니었고, 라운지에서도 중계를 해준다고 하니 나왔지. "에이펙스를 코 앞에서 봤어!"라는 식의 감동이라고해봐야, 보이지도 않는 거; 더 앞으로 가는 것도 불가능한 것 같고, 하여튼 현장에서 직접 본다는 것 자체는 가능한 맥시멈으로체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

과연 라운지에는 사람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시원하게 뻥 뚫린 라운지에서 콜라 마시면서 넉넉하게 춤추고 노니까 좋더만.;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은근슬쩍 크로스페이드해서 중계를 끊더라?! 라운지에서는 허드슨 모호크의 디제이셋이 라이브홀 안의 에이펙스의 공연 도중에 예정돼 있었던 것...인데 이게 말이 되냐고. 걔는 누구랑 놀라고. 나도 에이펙스의 공연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 (당연히) 다시 들어갔고, 뭐 거의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기분이었을 허드슨 모호크 지못미.

다시 에이펙스의공연장으로 입장. 플로어 맨 뒤 벽에 기대서 공연을 보았다. 편하드만.; 사람도 좀 적고. 뒤쪽은 애들이 많이 떠들기는 했지만괜찮았다. 근데 희한하게 매핑해서 일그러뜨리는 헤커의 3D 영상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솔직히 너무 음악에 집중 못하게 하는 면이있다는 느낌이었다. 벽에 기대서 눈감고 춤추면서 음악 듣는 거 조금 웃기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눈 감고 들으니 좋더라.비트를 쪼개고 풀어놓던 예전 스타일에 비해, 그 위에 얹어지는 다양한 음악적 효과에 더 치중하는 듯한 최근 스타일 위주로진행되었다.

간간히 사람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면 한번씩 눈을 뜨고 앞을 보곤 했는데, 시체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던지고 아무렇게나 다시 꿰맨다든지, 배변장면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더구나 이젠 조금 지겨워진)다운샘플링 노이즈를 얹어서 나오고 있었다. 노이즈 덕분에 화면이 조금 덜 적나라해서 충격은 덜했지만. 그러니까, 이런 건 괜찮고크리스 커닝햄의 나치 영상은 안 된다?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을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중간에 윈도우 블루스크린 띄우는 건 좀귀여웠다. 아니 뭐, 전반적으로 참신하고 테크닉적으로도 좋은 영상들이었지만.

초저역의 베이스가 벽을 뒤흔들었다.저역대의 사운드가 강력하고 힘찬 것 자체는 좋은데, 상대적으로 중고역대가 조금 죽는 듯한 느낌이어서 여러 가지 소리들이 깔끔하게분리되기보다는 조금 뭉개져서 파묻힌다는 느낌이었다. 음악을 몸으로 느끼기에는 좋지만, 디테일들을 좀 놓친다는 인상이 들어서아쉬웠다. 그리고 (글쎄, 플로어 중앙에 있었으면 달랐을지 모르겠지만)다채널로 분리한 사운드들의 이동도 그 효과가 조금 약하다는 느낌이랄까. 시떼들라뮤직 음향 특성이 좀 그런 건지, 아니면 워프측의 세팅 자체가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 공연 전반적으로 다들 그런 인상이 있었는데 에이펙스에선 조금 더 두드러지는 것같았다.

비트를 쪼개는 (조금 예전)스타일로 잠시 다시 돌아갔다가, 예전보다 더 강한 드릴 스타일로 10분 정도 몰고 가더니, 그 다음은 다운샘플링 노이즈와딜레이로 사운드월을 쌓기 시작. 엥, 이런 것도 하는구나.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팔레드도쿄에 에이펙스가 와서 이런 걸 하더라는이야기는 들었지만서도. 하여튼 물리적으로 소리가 다가오는 환경이라 더 그런지 그 효과가 상당했다. (10년을 아프던 허리가 나았습니다, 이런 건 아니고.) 조금 더 쌓아주려나, 근데 계속 쌓나, 하는 다소 미묘한 타이밍에 공연은 끝.

1시간 45분 정도 진행된 듯한, 충실한 공연이었다. 강렬하고 훌륭하며 성실한 공연. 나가는 길에 또 자비스 코커와 마주쳤는데,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본격 자비스 코커 안티 블로그)

라운지에서는 플라잉 로터스의 라이브가 시작되고 있었다. 파블로스가 죽인다고 했던 애다. 듣자 하니 최근 독감에 걸려서 투어를 취소했다며 워프 20에도 못 나올 것 같다고 했다는데, 적절히 애교 섞인 멘트도 쳐가면서 꽤나 정겨운 분위기로 이끌어 나가는 것 같았다. 다만 너무 지쳐버렸기 때문에 ㅠㅗㅠ 바깥 공기도 쐬고 손도 씻고 기운 좀 차려서 클라크의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일행들은 에이펙스에서 완전히 진을 뺐기 때문에, 2층 좌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보겠다며 나보고도 올라오라고 했다. 봐서 지치면 올라갈게, 하고는 플로어에 주저 앉아 있는데, 사람도 50여명에 불과한 상태에서 실내조명도 안 끄고 그냥 시작해버리더라. 그런데... 아 정말 뭐 믿고 이렇게 잘하는 거임? 에이펙스 때보다 훨씬 신나게 놀았다. 너무 좋아서 바로 앞까지 다가가 스테이지에 팔 걸치고 듣고 있다가, 바로 앞에서 객석 방향으로 쏘는 싸이키 조명 켜는 바람에 떡실신 'ㅅ' 은 아니고 뒤로 가서 놀았다.;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것이, 다들 "이 녀석 제대로 한다"는 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끝날 때는 플로어에만 한 4백 명은 족히 됐을 것 같아.

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밀어버린 비트의 엇갈림도 감칠맛이 쏟아지고, 상당히 짧은 간격(8~16마디)으로 완급을 밀고 당기면서 사운드를 변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다이내믹했다. 한 순간의 영광에 매몰되어 삽으로 팬들의 뒤통수만 갈기는 오비탈은 무릎 꿇고 앉아서 클라크를 들어라, 랄까.; 공연장 안에서 또 어슬렁거리는 자비스 코커를 보았는데 (후략). 이쪽 음악 참 오랫동안 안 들었으니 어쩌면 뒷북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듣고 있어야 하는 테크노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확 들었다. 어쨌든 이렇게 다른 생각 안 하고 무릎 아플 때까지 신나게 휘둘려가며 놀아본 것은 저 옛날 한국에 딕위드가 왔을 때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때려주는 타이밍에 관객과 호흡하며 함께 놀아주는 무대 매너도 굉장히 친근했는데, 일행들은 그 점도 상당히 높게 사는 것 같았다. 정말, 클라크, 유아더위너.

4시 경에 클라크의 공연이 끝난 뒤, 일행들과 함께 라운지로 나왔다. 러스티의 디제잉이 시작되고 있었고, 꽤 테크하게 달리려는 것 같았다. 1일차에 집에 들어가는 길이 끔찍했기 때문에, 이왕 오늘은 새벽 6시에 끝나는 거 마지막까지 지켜본 뒤 여유있게 전철 타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차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마침 방향도 비슷. 어우 야, 어제도 오지 그랬... 좀 더 구경하고 싶기도 했지만 피곤한 터에 차에 앉아 편하게 간다는 유혹은 너무 강했다. 바이바이, 워프 레코즈. 바이바이, 까먹고 안 사고 돌아와버린 귀여운 워프 20 티셔츠.

양일 합쳐 85유로에, 택시를 타고 집에 올 생각까지 했기 때문에 음료수와 티셔츠까지 다 합하면 150유로 정도 쓰게 돼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참 좋긴 좋지만 너무 비싸다, 생각도 했는데, 85유로 주고 어디 가서 이런 공연을 봐. 감사합니다, 워프 레코즈. 향후 뉴욕, 셰필드, 런던, 도쿄에서도 같은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기회가 되는 분들을 꼭 가보시길.
by 퍼프 | 2009/05/11 02:02 | 보거나_듣거나_말거나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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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n igloo trembli.. at 2009/05/11 02:04

... 끗한 실내 공연장에서 하는데 워프레코즈 아티스트들만 나오고 스테이지도 2개 정도라서 웬만하면 좋아하는 아티스트 놓치는 일 없이 즐길 수 있는, 뭐 그런 경우랄까. --- 1일차 / 2일차.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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