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
Seefeel,
Pivot, !!! (chk chk chk),
Chris Cunningham.
DJ : Warp DJs, Jarvis Cocker, Nighmares on wax, Andrew Weatherall.
Films : All Tomorrows Parites, Mira Calix 비디오 설치, Warp Vision clips.

워프 레코드의 20주년을 기념하는 페스티벌 형식의 공연으로, 파리에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실로 화려하기 그지 없는 라인업. 오테커, 보즈옵캐나다, 스퀘어푸셔의 누락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에이펙스와 크리스 커닝햄의 존재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포스를 발휘하는 포스터였다.
시떼들라뮤직은 그냥 공연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라운지에서 디제잉 파티와 공연장의 라이브, 그리고 원형극장에서의 영상 상영을 동시에 진행했다. 디제잉과 라이브가 모두 한 곳에서 순서대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던 터라 실제 상황을 알고는 놓치는 라인업이 생길 우려에 조금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뭐 적어도 금요일 라인업은 큰 아쉬움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원래의 시작/입장 시각인 저녁 9시를 꽤나 넘긴 시간에야 문을 오픈했는데, 예매한 표를 찾느라고 시간이 더 걸렸다. 하지만 전체적인 일정은 더욱 뒤로 밀려서, 라이브가 시작되기까지는 30분 정도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우선 원형극장으로. 워프레코드의 역사를 다룬 All Tomorrow's Parties를 조금 보았는데, IDM 레이블이라고만 생각하게 되던 워프가 은근 록. 크. 나쁠 것은 전혀 없고, 이름만 들어봤던 사람들이 생생한 모습으로 나오는 걸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역시 라이브가 더 보고 싶어서 라이브홀로 이동.
첫 공연인 Seefeel은 초반에 기술적 문제가 조금 있었고 믹싱 밸런스가 살짝쿵 미묘하기도 했지만 꽤나 괜찮은 질감. 리조넌스가 쾅쾅 찌르고 들어오는 자극적인 슈게이즈 텍스춰가 좋았다. 다만 어느 악기가 어느 연주를 하고 있는지가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막판에 라인업에 추가(아마도 잭슨의 리플레이스로)된 자비스 코커가 궁금해서 Seefeel은 후반부를 살짝 포기하고 라운지로 나갔다. 그런데 흠. 뭘 하고 있는 건지 파악이 잘 안 돼서 기다리고 기다리다보니 Seefeel의 공연은 어느새 끝나버렸는데... 정작 자비스 코커는 약에 취하기라도 한 건지 멀뚱하니 부스 앞에 서있기만 할 뿐, 헤드폰도 쓰지 않고 맥주를 마시면서 노브를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판을 트는 것도 옆에 있던, "Warp DJs"라고 불리는 지못미 디제이가 다 하고. 슬프구나. 자비스 코커 바보. 문제의 지못미 워프 디제이는 나름 서포트하려고 애쓰고 있는 듯했지만, 자비스 코커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고 자기 맘대로 다 해버릴 수도 없고, 고생이 많은 것 같았다. 결국 아무런 흐름도 텐션도 없는 BGM 수준의 디제잉.
다음 공연인 Pivot은 상당히 열정적...; 인 분위기. 연주 자체도 꽤 훌륭하고 음악도 좋았다. 그런데 실은 요즘 미묘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 조금 신경 쓰여서. 흠. 그니까 뭐냐면, 스퀘어푸셔의 최근반도 그렇고, IDM은 분명 일렉트로에서 시작했는데 왜인지 결과물이 퓨전재즈나 프로그레시브 록처럼 나와버리는 느낌이. 별 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아니 최근 파리에서 드림시어터가 공연을 한다는 포스터를 봐서 심란해진 것도 있지만.; 탠저린 드림을 프로그레시브로 분류하느냐 테크노로 분류하느냐 하는 식의 애매모호함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랩탑을 이용해 얻은 간편한 구성으로 음악은 프로그레시브"라는 태도는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Pivot의 공연은 물론 그런 것을 떠나서 매우 다이내믹하고 드라이빙하게 진행되어 굉장히 즐거웠다.
이어질 크리스 커닝햄의 라이브를 기다리는 동안에 한 일본인이 말을 걸어왔다. 입구에서 나눠준 일정표에 에이펙스가 없다며 어떻게 된 거냐는 것. "에, 에이펙스는 내일인데?" "뭥미?!" 2달 전에 소식을 듣자마자 양일 라인업이 같을 줄 알고 예매해버렸는데, 당시에는 그런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양일의 일정과 티켓 값의 차이로 보아 에이펙스는 2일차라는 것은 이미 확정된 상태였으리라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러울 것 같지만, 그 일본인은 그런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불어도 잘 하던데 당시에 어떤 문의를 주고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10년 전에 (!) 일본에서 본 에이펙스의 라이브를 도저히 잊을 수 없어 왔다고 하는데. 지못미긴 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부럽다 야. 푸흐. 2일차의 표는 이미 완매되어서 더 이상 구할 수도 없으니 별 수가 있나. "오늘 나오는 크리스 커닝햄이 에이펙스 음악 많이 쓸 테니까 아쉬운대로 그걸로 즐겨봐."라고 해주는 수밖에.
그런데 정작 라이브홀의 세팅은 록밴드. 뭥미? 했더니 !!! (chk chk chk)가 먼저 등장했다. 일정표와 다르잖아. 밴드 세팅과 비디오 세팅 사이를 여러 번 오가는 게 번거로우니 바꾼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상당히 막판에 찍은 듯한 일정표와도 다르다는 것은 일정을 정말 마지막 순간에 바꿨다는 이야기가 된다. 흠. !!!는 꽤나 자신만만하게 잘 짜여진 편성의 펑크여서, 즐겁고 재미도 있었지만 어쨌든 기대한 것과는 조금 거리가. 애초에 얘네들을 보러 온 팬들도 꽤나 되는 듯, 플로어의 앞쪽 분위기는 여태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상당히 열광적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들어보기로 하고, Nightmares on Wax의 디제잉이 진행 중인 라운지로.
상당히 일렉트로닉을 기대하고 온 것이 사실이었던 일행들로서는 사실 록과 힙합비트 위주로 계속되는 것에 몸이 잘움직여주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었는데, 소리를 짧게 잘라서 스테레오 공간 속에 뿌려대는 나잇메어온왁스는 꽤나 즐거웠다. 사실힙합 쪽 크라우드들이 조금 부담스러운; 내 입장에서는 나잇메어온왁스의 파티가 있다고 해서 선뜻 보러 가게 될 것 같진 않기때문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다소간 비트가 느리긴 해도 몸도 잘 움직여지고. 사실 좀 더 놀고 싶었지만 이번에야말로 곧 크리스 커닝햄의 라이브가 예정이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라이브홀로.
커튼을 씌운 테이블 하나와 중앙의 메인 스크린, 좌우의 서브 스크린을 설치한 무대. 한창 때의 에이펙스 같은 모습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둘은 좀 닮았음)커닝햄 등장. 장엄한 생명의 기원 풍으로 시작한 비디오는, 고기덩어리 같은 인간 근육의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매력적. 나체의 남녀가 등장. 얼굴에 폭행의 흔적이 역력한 여자를 남자가 강간하려 하는 시퀀스, 살벌한 브레이크비트가 쏟아지기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음악에 싱크로하여 무지막지한 주먹싸움을 시작. 다음 영상도 불안하게 밤길을 걷던 여자가 패닉하는 영상,그리고는 잠시 (정서적으로)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스카이워커와 다스베이더의 광선검 배틀 -ㅂ= 그리고 그 다음은...... 킥에 맞춰서 나치 독일군의 행진이 시작됐다! 히틀러가 손을 들어올리고 몸을 돌리는 모습도 싱크로되어서... 커닝햄은 히틀러도 춤추게 한다?! 심지어 나중에는 나치 전당대회의 히틀러 연설까지 사용하는데, 연단이 하얗게 빛으로 가득차는 이 모습은, 나치 전당대회 레이브 파티?! 어우 죽인다. 열광하는 당원들;의 모습과 히틀러의 몸동작이 현란하게 이어지고 다시 이전의 영상들로 잠시 돌아온 다음 마무리는 대형 아이돌 (...) 러버 쟈니로.
근데 난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욕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전반적으로 이미지들이 폭력적이어서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나치는 확실히 강렬한 떡밥이었던 것. 다소 짧았던 플레이타임과, 테이블 밑에 들어가서 안 나온다든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같은 것을 들며 "분명 마약에 취해서 망가진 인간"이라는 식으로 콤보 비난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긴 아쉬움이 꽤 있기는 했다. 광선검 배틀만 해도 유튜브 같은 곳에 다양한 팬비디오들이 있는 터인데, 비트 자체가 조금 더 살벌하게 쪼개질 수도 있고 실제로도 두 마디 정도는 그렇게 갔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냥 정박을 찍어주는 수준이라 조금 심심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시퀀스나 영상이 다양하게 변화한다기 보다는, 한번 매핑해 놓은 루프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틀어준다는 인상을 받은 경우도 꽤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나치 영상을 사용한 것은 나는 굉장히 기발한 시도였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관계된 이야기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할까 한다. 하여튼 결론은 커닝햄은 소중했다.
라운지에선 앤드류 웨더올의 디제잉이 진행중이었다. 라운지에선 실로 간만에 들려오는 다소간 테크한 사운드여서 좀 놀고 싶긴 했지만, 일행도 모두 지쳐 있고 나도 피곤해서.
집에 들어오기 정말 힘들었다. 파리 밤버스가 있기는 한데, 시떼들라뮤직에서는 동부역이나 샤틀레까지 가는 노선 밖에 없어서, 거기서 다시 리용 역으로 가는 밤버스를 탄 뒤, 다시 집까지 오는 밤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밤버스의 배차 간격은 근 1시간...; 집에 오는데 진짜 한 3시간 걸린 것 같다.
2일차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