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예술은 교육과 함께 사회의 중요한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 혹은 좌파는 문화예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한데,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한 경우를 상당히 많이 봤다. 그렇다고 중산층 이상 계층과 풍요, 혹은 하다 못해 사회의 정체성에 관심을 쏟아야 건강한 것일 보수파에서도 문화예술에는 관심이 없다. 이거 뭐, 어느 언덕을 바라봐야 하는 건지.
(국립오페라합창단 문제에 있어 비정규직 이슈도 굉장히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비교적 왼쪽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이 내세울 것이 비정규직이란 공감대 말고는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2.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가장 큰 무기는
실적과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케스트라가 아무리 잘 해도 그 박수는 지휘자에게 가장 크게 쏟아지고, 합창단이 아무리 노래와 연기를 잘 해도 그 박수는 지휘자와 연출가에게 가는 것이 맞는 일이
(라고 한)다. 그런데 국립오페라단 무대는 언제나 합창단에 대한 환호성이 컸다. 그만큼 무대에 생명을 불어넣는 큰 힘과 매력을 보여줬다는 의미일 것이다. 거쳐가는 연출가들 중 대부분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일 터인데, "연출가마다"라고 쓰지 않은 것은 그들을 거쳐간 연출가 중 딱 한 명이 그들을 앞장서서 몰아냈다는 점 때문이다. 두 "그룹"의 연출가들 중 어느 쪽의 안목이 나은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인데,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쫓아낸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의 연출가로서의 자질에 대한 내 생각은 세 글자로 말하면 이뭐병이고 더 길게 말하자면 예전에 썼던 공연 리뷰로 대신한다. :
예술의전당 - 돈카를로 @ 오페라하우스. 내가 상냥하게 존댓말로 블로깅하던 시절에 쓴 글이라 낯간지럽고 가증스러운 말투니까 보기 싫은 분들을 위해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나 너무 친절한듯) "기획과 예산은 예술의 전당인데 연출은 학생 연극 동아리 미만", 혹은 "
나라 돈으로 만든 디워"?
3. 그런데 실적과 성과를 중시해서 전봇대도 뽑는
실용정부가 실적과 성과를 뽐낸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없애버리기로 했다. 국정철학이 없다는 비판이 많긴 하지만 참 적나라하다.
4. 내가 세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유인촌 장관의 깊은 뜻을 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유인촌 장관의 거듭되는 막말 구설수들은 상당부분 문화예술, 연예, 미디어 관련 사안에 집중돼 있다. 연기로 살아온 장관이니 그 사람들이 다 까마득한 후배처럼 보이겠지. 한 나라의 문화부 장관이 자국의 문화예술인들을 깔보고 막대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너희들 지금은 그렇게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해도, 원래 예술은 힘든 거야. 그걸 이겨내고 끝까지 꿋꿋이 노력하는 사람만이 영광을 안을 수 있다
(장관직이라든지, 부동산이라든지)." 라는 메시지를,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임에 틀림 없다는 것이다.
5. 이것은 대통령의 "나도 젊을 때 고생했다, 청년이여 삽을 들어라"라는 마인드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요컨대, 국정철학이 없다는 비판은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혹시 문제가 있다면 그 국정철학이 "내가
너희의 아버지/사장/큰 형님이니까 너희는 잠자코 따라오라"는 것이라는 점인데, 이것도 내가 어려서 이해를 못하는 것뿐인 듯.
6.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국정철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작명에 있다. "
아바이 정부"라고 했으면 아무도 그 흔한 허허허 오해 한 번 안 하고 잘 따랐을 것 아닌가.
7. 나름 아는 분들도 계신 매력덩어리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살리기 위해 손을 거들고 싶지만,
(블로그에 쓰긴 곤란한, 말 그대로) 일신상의 사유로 인해 그러지 못하는 점을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한다. 꼭 행복한 무대를 되찾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응원하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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