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이어폰을 안 끼고 다닌지가 꽤 되었다. 어째 점점 음악을 안 듣게 되는 것 같아 'ㅅ' 여튼 뭐, 소니의 커널형 이어폰들이 차례로 수난을 당하고 나니
(접촉불량, 고무 분실 등; ) 귀찮아서 안 끼게 된 부분도 있기는 하다만. "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소리들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싶어서"라는 말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있다. 뭐, 남한테 굳이 그런 얘기를 할 일은 거의 없으니까 나 혼자 포장하고 나 혼자 좋아한다. 너구리의 속에 또 하나의 너구리가 들어 앉아 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소리의 풍경이 들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풍경은 정말로, 머레이 셰이퍼의 말 그대로 연속적이고 익명이며 칙칙하고 후지다. 가까이 지나가는 차, 멀리서 지나가는 차, 다가오는 차, 멀어지는 차, 튜닝한 차, 경차, 보통 차, 1초 전에 들린 차, 2초 뒤에 들릴 차 등등... 그것들이 모두 한데 엉겨서, 구별되지 않는 거대한 소리의 덩어리를 익명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어질하기도 하다. 게다가 자동차 소리는 어느 곳도 들리지 않는 곳이 없다. 왠지 좀 대단.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셰이퍼는 그래서 현대의 사운드스케이프를 로우파이로 규정하고 문제의식을 도출해 냈지만, 역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는
(가히 초월적인) 모노톤 사운드스케이프라면, 테이프의 히스 음이나 바이닐 잡음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이름은 까먹었지만, 히스 음을 또 하나의 작곡 요소로 활용한 사람도 있었고. 혹은, 과거의 투명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흰 캔버스라 생각하면, 신문지 위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나무 판을 깎아 판화를 찍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사실 익명이라고는 해도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미세한 차이들이 느껴지기 시작하기도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난다면 그나마 존재하는 개성들을 살려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 모두 <사운드스케이프>에 다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후반부는 아직도 못 읽었으니까. 아아 정말... 읽을 때는 참 쉽게 쉽게 빨리 빨리 읽혀서 좋다 좋다 하는데도, 책을 다시 펼칠 때면 왜 아직도 까마득하게 끝이 안 보이는지. 내용 자체가 광범위한 것도 사실이지만, 불어로 계속 읽으려니까 역시 좀 벅찬 감이 있다. 언제까지고 이러면 안 되는데... 도서관에서 대여도 한번 연장했고, 게다가 양장본이라 매일 들고 다니기도 무거운데 -ㅅ=
기본적으로 불어 독해 능력이 아직 부족한 탓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뭐, 영어는 설령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도 각 문장 문장의 논리 구조 자체를 이해 못하거나 "이 품사가 여기 왜 있지?" 하는 일은 드문데, 불어는 아직도 문체에 따라 힘겨울 때가 많다. 영어로 치면 so~ that~ 구문의 구조가 익숙치 않아서 이게 뭔 소린지, 여기 that이 왜 나왔는지 어리둥절한 경우 같달까. 그러니까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어차피 리포트나 논문 쓸 때 다 피와 살이 될 테니, 열심히 불어로 읽으려고 하긴 하는데, 빨리 빨리 더 많이 집어삼키고 싶은데 진도가 안 나가니까 괴롭다. 아마존 프랑스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영어판 페이퍼백이 10유로 남짓한 게 있고, 불어판은 없더라. 영어판을 사면 이해도 훨씬 잘 되고 진도도 금세 나갈 것 같긴 한데,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불어판이 있다면 반납기일의 부담과 소유욕 등등으로 인해 금세 사버렸을 것 같은데.
빨리 읽어치우고 싶은 마음에서라면 역시 한국어 번역판을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이 얼마나 잘 돼 있을지는 미지수고, 경우에 따라선 원서보다 더 읽기 힘든 경우도 -ㅅ= 있지만. 그런데 정작 진짜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저자 이름을
"R. 머레이 쉐이퍼"라고 써놨다는 것이다. 이거 나만 이런지 모르겠는데, sh 발음을 "
쉐"라고 표기하는 것이 나는 견딜 수 없이 보기 싫다. 한번 써있는 그대로 소리 내서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왜 밀크
셰이크를 밀크
쉐이크라고 쓰고, 아이
섀도우를 아이
쉐도우라고 쓰는 거지? 아니, 한글로 표기가 안 되는 발음도 아니고, 글씨가 더 예쁜 것도 아니고, 이건 "비지니스
후렌들리"보다도 더 무신경한 처사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되"와 "돼", "안"과 "않"을 틀리는 것만큼이나 옳지 않다. 정말 참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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