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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어쿠스틱 기말과제 리포트의 요약.

1. 사운드 카탈로그

지하철이 선로 위를 달리며 유난히 요란한 소리를 내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가파른 커브와 불안정한 선로가 불만인 열차가 울고 있다고. 이러한 상상은 문을 노래하게 했다는 피에르 앙리의 글을 떠올리게 했고, 열차가 내는 다양한 소리들을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의 소리들은 모두 원래는 파리 지하철 안에서 녹음한 소리들이다.

(중략)

2. 이 곡은 다음의 세 가지 대조에 그 주안점이 있다.

- 추상과 구상
사진을 너무 가까이에서 찍었을 경우 대상의 형체를 인지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것은 피에르 셰퍼가 <사운드 오브제의 화성학>에서 지적한, 너무 짧은 소리는 인지할 수 없게 된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중략)

- 자연스러움과 인공적임
열차는 R. 머레이 셰퍼도 그의 저서 <사운드스케이프>에서 후기산업사회 사운드스케이프의 대표적인 오브제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은 현대 도시화 사회의 상징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자연스러운” 소리라고 부를 만한 소리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바람이 부는 소리나 고양이가 우는 소리만큼이나 너무나 익숙한 일상의 소리여서, 비록 셰퍼는 로우파이로 규정하겠지만, 현대의 “자연”이라 부를 만하다.
처음에는 기차의 소리가 우리 귀에 익숙한 일상 속의 기차 소리 그대로, 즉 “자연스러운” 소리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소리는 170 ms 단위로 4개의 채널에 잘라놓은 것이 이어진 것으로, 곧 공간 중에 흩어짐으로서, 가공이 가해진 “인공적인” 소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후로는 중간 중간을 잘라내기도 하고 나름 리듬을 만들어 가며 활용하게 되지만, 디지털 노이즈들이 겹겹히 쌓인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이 소리는 익숙한 소리로 느껴져서,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소리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다.

(중략)

- 연속성과 단절
셰퍼는 음향의 직선을 산업혁명이 낳은 결과 중 하나로 규정하고 “인공적인” 소리로 정의하였다. 비록 그는 엔블롭이 없을 정도로 정보가 빈약한 소리를 예로 들었지만, 속도에 대한 추구가 낳은 연속성을 그 근원으로 지적한 점을 고려할 때, 음향의 직선은 특정한 소리가 구별되지 않는 로우파이 상태로 지속되는 소리라 정의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면, 소리의 덩어리를 단절시키고 엔블롭을 적용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공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모방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중략)

하나의 소리가 4개의 각기 자른 장소로 “분산”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서로 교차하며 움직이고 있다. 이를 통해 더욱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느끼게 하고자 했다. 즉, “이어짐”이 더 큰 “무질서”를 낳는 경우다.
결말에서는 여러 겹으로 겹쳐지는 소리들이 커다란 소리의 덩어리를 구성하도록 하였는데, 그 덩어리 전체가 다시 1ms 단위까지 쪼개지게 된다. 곡의 일부분을 구성하던 오브제들과 마찬가지의 원칙으로 변형함으로써 윤회하듯 만나도록 한 것. 그 하나 하나의 오브제들 자체도 "하나의 소리"로 여겨지긴 하나 실제로는 다양한 소리들이 겹쳐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또한 소리의 덩어리나 심지어 하나의 곡 전체도 더 큰 컨텍스트 속에서 하나의 오브제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은유하기 위함이다. 이는 신비주의를 가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내가 취한 소리들이 이미 어떤 사운드스케이프에 속해 있었고, 곡 전체도 다른 하나의 사운드스케이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3.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은 인지의 범위를 넘어서 구상에서 추상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인쇄된 포스터를 가까이에서 찍으면 불연속적인 점들의 연속임이 드러나기도 하며, 실제로는 자연스러운 얼룩이 손으로 그린 것 같은 착각을 주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얼룩 사진"들은 모두 그 속에 쉽게 읽어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어, 풍경사진과도 상통하는 일맥이 있다.
2에서 살펴본 세 가지 대조점들은 각기 별개의 것이 아니라, 인지 가능, 인지 불가능, 착각을 오가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익숙한 관점을 견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지만, 얼룩 사진의 예에서처럼 때로는 "청각적 눈속임 trompe-l'oeil sonore"을 통해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다시 생각하지만, 난 정말 둘러대는 것 하나는 잘하는 것 같아. 실은 청각적 눈속임에 대한 이 썰풀이 자체가 하나의 눈속임이라능 그렇다능 'ㅅ'
by 퍼프 | 2009/01/31 05:28 | 공부합니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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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2/02 04: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퍼프 at 2009/02/03 13:09
곡이랑 같이 올리질 않아서 그런가... 근데 이 곡은 왠지 좀 민망해서 못 올릴 것 같아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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