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말, 장을 봐서 오다보니 거리에 벌써
연말 장식이 붙기 시작했더라. 노엘 때쯤 달아놓고는 한 2월까지 치우지도 않고 계속 놔두는 저놈의 연말 장식.; 이라고 생각하니,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도 12월~2월이었고, 이번에 도착한 것도 1월이었고, 3번째로 보게 되는 프랑스의 연말인 것이다. 뭔가... 으악 아직 10월이란 말이야 제발! 이라는 느낌...
(이지만 이제는 벌써 빼도 박도 못하는 11월...)2. 연말이 무서운 것은,
"올해도 해낸 것 없이 시시하게 인생을 축냈습니다."라는 자괴감. 생각해보면 "아, 올해는 정말 뿌듯하고 행복한 한해였어. 내년도 힘내자!" 라며 가증스러운 웃음을 지어본 적이 평생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자괴감. 올해도 뭔가 엄청나게 다른 것은 아니다.
이상하지? 한 것 많은 것 같은데. 시험도 많이 쳤고, 원서도 썼고, 붙었고, 입학도 했고, 집도 구했고... 재밌는 공부하면서 재밌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여전히 연말이 두려운 것일까. 따지고보면 너무나 높은 기대치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의 삶을 살면 연말이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글쎄. 그냥 평생 연말은 어느 정도 두려운 것으로 남겨두는 게 차라리 나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3. 그 뭐랄까, 차갑고 개인적인 프랑스인, 질서 잘 지키는 선진국 어쩌고 하는 터무니 없는 거짓말들을 믿을리야 없지만, 워낙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앉도록 들어온 소리들이라 은근히 마음 한 켠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할 때도 있는 것 같다.
무개념과 무질서의 각축장 프랑스.라든가,
"점원도 인간이니 대놓고 화는 못내도 속으로는 다 짜증내고 있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지. 그러다 보면 여기도 결국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살짝 잊을 뻔할 때도 있다. "타인"의 관념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주지한다 해도 말이다.
오늘은 전철역에서부터 엄청나게 소란스러웠다. 10대 여자애 한 10명이 반쯤 무임승차을 하면서 깔깔거리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나랑 부딪치기도 했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굳이 얼굴 앞으로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하는 것이었다. 예절 바른 아이구나... 하고 보니 근데 이게 예절 바른 거 맞나 싶기도 하고.; 역시 무질서와 무개념의 각축장... 이라 생각하며 웃기니깐 그냥 보고 있었는데, 종점이라 출발이 4분이나 남은 열차 안에서 계속 듣고 있기는 너무 시끄러워서; 이어폰을 꼽았다. moskitoo를 듣고 있어서 너무나 조근조근하니 평안했는데, 귀에 들리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여자애들이 몰려 앉아 있는 곳으로 남자애 둘이 들어오더니 갑자기 주먹질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해서 '아니 여자를 때리네... 설마 과격한 장난? 근데 주먹질 진짜 제대로 내리꽂네...' 하고 있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남자애가 황급히 뛰어나가서 남자애 뒷덜미를 잡고는 집어 던지듯이 끌어내는 것이다. 여자애 하나는 코피가 줄줄 흐르고, 다른 한 명은 이마가 찢어져서 역시 피가 줄줄.
(혼자) 어떡해 어떡해 하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옷을 벗어서 피를 닦고 그런다. 남자애들이 다시 다가오니까 다치지 않은 여자애들이 둘러싸고서 남자애들을 쫓아내려는데, 결국 힘에 부쳐서 아까 그 남자애한테 다시 부탁했다. "아니 우린 얘기 좀 하려구요." "아까는 주먹부터 나갔으면서 얘기는 무슨 얘기? 여자나 때리는 것들이 무슨 할 얘기가 있어?" "아니 우리 전철은 타야죠." "다음 차 타. 나가." 멋있다...가 아니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랬나 궁금하지만 전후 사정은 모르겠다.
집에 와서 우체국에 갔는데, 뭐 언제나처럼 창구는 하나만 열려 있고 줄은 길고... 그런데 맨 앞에 서있는 청년에게 웬 할머니가 걸음도 간신히 걸어와서 자기가 먼저 좀 하면 안 되겠냐고 물으시는 거다. 망설이던 청년이 자리를 내드렸는데, 할머니 일 처리가 또 오래 걸리는 것이지... 심지어는 직원이 생년월일을 묻는데 못 알아들으시고 "응? 무슨 허가?" ... 급기야 양보했던 청년도 폭발. "생년월일요, 생년월일!!" "아아, 생년월일? 난 또, 하하하..." 분위기는 썰렁... 이어지는 폭탄. "내 생년월일 언제지? 모르는데?" ......... 하여튼 어찌어찌해서 일이 처리되는 동안 할머니는 많이 미안하셨는지 청년에게 웃으면서 말을 건네신다. "미안해요. 내가 좀 이게 급한 일이라서..." "저도 급한데요?" ...그렇구나 ㅠㅗㅠ 청년도 급하구나 ㅠㅗㅠ 사실 나도 급해 ㅠㅗㅠ 갈 때까지 결국 사과하는 할머니. 이젠 들은 척도 안 하는 청년. 할머니도 표정 급냉각.
나중에 내 일 처리할 때도 뒤에서 웬 할아버지가 "이거 간단한 건데 좀 해주면 안 돼?" 하고 물어서 직원이 "기다리세요"하자, 상냥하고 다정해보이는 할아버지는 "응 그래? 일이 갑자기 막 몰려들까봐 겁나나보지? 생각만 해도 너무 싫지? 그렇겠지, 뭐." ......
4. 큐베이스 스튜디오가 4.5로 업데이트 되었다. 아아,
정품 유저의 특혜, 당당한 무료 업데이트! 하지만 무료 업데이트를 위해 동글 키를 꽂으려니 왠지 귀찮아... 할리온 업데이트도 겸하면서 1기가 용량의 무료 샘플도 준다니까 해봐야지. 그런데 씨디를 넣으라고...... 미안, 나 IDE 케이블 망가져서 지금 씨디롬 아예 빼놨거든......
실은 이사 오면서부터 데스크탑이 부팅할 때마다 멈추고, 반드시 리셋 버튼을 한번 눌러줘야 겨우 부팅이 되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졌었다. 원인이 무엇일까 엄청 고민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서브 하드 인식이 들락날락거리는 기현상까지. 이럴 때 해볼 수 있는 거라고는 케이블 꼽았다 빼는 것밖에 없는 컴맹인지라, 전원 내리고 IDE 케이블을 뽑는데, 엥? 케이블은 빠졌는데 왜 하드에 여전히 끼워져 있지? ...... 케이블 부분에서 접속단자가 아예 뽁, 떨어져버린 것. 그래서 씨디롬에 연결돼 있던 마스터를 뽑아다가 하드에 연결했더니 부팅문제 없음. 다만 왠지 켤 때마다 chkdisk를 실행하는게 불안하지만......; 할 때마다 이상은 없다고 나오는데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무서워서 IDE 케이블 하나 사야지 이거. 근데 여기 케이블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연... 파이어와이어 케이블도 하나 더 사다가 쓰고 싶고, S-ATA 케이블도 하나 더 사다가 쓰고 싶은데 솔직히 너무 돈이 아까워 ㅠㅗㅠ 하여튼 그러한 고로 큐베이스 업데이트는 일단 연기.
...뭐가 정품 유저의 특혜냐...
5.
목도리를 하나 사고 싶다. 가끔 시내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둘러보는데
"잇" 목도리가 보이질 않는다. 슬프다. 모어 뮤직 샵에서 파는 목도리를 살까.
하지만 너무 얇을 것 같아서, 역시 겨울 목도리로 적합하진 않아 보여. 굳이 16유로 짜리를 독일에서 쉬핑비용 물어가며 주문한다는 것도 조금은 망설여진다. 그리고 사실 노트북이 들어갈 만한 예쁜 가방도 하나 갖고 싶은데. 조건은 매우 간단하다. 노트북이 들어가고도 노트와 어댑터 등이 들어갈 충분한 사이즈일 것, 그리고 예쁠 것. 하지만............ 아, 겁도 없이 돈 잘 쓰던 나였는데.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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