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st. 게이 가능성 65% 미청년 피에르 덕분에 알게 된 공연. 알바 노토가 온다는데 안 갈 수가 있나. 공연장에서 톰 크루즈 st. 게이 가능성 65% 미청년 피에르는 에이펙스 트윈 풍의 앨범을 준비 중이라며 데모곡이 1500곡에 달한다는 독일 풍의 청년 R...(아명이라는데 결국 못 알아들었음-ㅅ=)을 소개해 주었다. 그러나 시작되지 않는 공연... 한 팀이 너무 늦게 와서 리허설 중이라는 것이다. 1시간을 기다리자 그리스인 조르바도 아니고 그리스인 파블로프도 아닌 그리스인 파블로스가 도착. "첫 팀은 볼 마음 없었나봐?" "아니, 그냥 온다고 오는 게 늦은 건데?" "아 그래..." 공연 예정 시간은 7시였는데, 8시 반이 되어서야 문을 열어주었다. 자리에 앉자 그리스인 조르바도 아니고 그리스인 파블로프도 아닌 그리스인 파블로스에게, 톰 크루즈 st. 게이 가능성 65% 미청년 피에르가 물었다. "네 여자친구는 안 와?" "어? 나 여기 온다고 말 안 했는데." "아, 그래? 같이 오지 그랬어?" "그러게. 오라고 할까?" ........일찍 오기나 했으면 내가 말을 안 해요......
1.
Skyphone :
http://www.myspace.com/theskyphone마이스페이스를 통해 들어봤을 때는 꽤나 기대가 되었던, 덴마크 출신의 스카이폰. 영롱하고 조근조근하며 멜랑콜리한 글리치-앰비언트여서, Dntel 같은 음악이 연상되었다. 맥북프로 2대와 노드리드 2대, 베이스 한 대를 가지고 나와서 연주하는데, 여러 악기들을 리얼타임으로 받아서 자르고 붙이고 돌려가며 점차 레이어를 쌓아나가는 것이 질감도 꽤 좋았다. 간단한 트럼펫 연주를 사용했을 때는 심한 피치 쉬프팅보다는 딜레이를 주로 이용해서 소리를 만들었는데, 숨소리도 섞이는 것이 상당히 듣기 좋았다. 다만 어느 순간 갑자기 어딘지 모르게 월드뮤직스러운 분위기가 되기도 하고, 너무 우울한 감성이 과잉하게 넘쳐 흐른다는 느낌. 초반부는 정말 좋아서 CD를 살 생각도 했지만, 후반부는 점점 실망의 나락으로...
톰 크루즈 st. 게이 가능성 65% 미청년 피에르는 감성과잉은 상관 없지만 너무 아마추어 같다며 혹평을 했고, 데모곡이 1500곡에 달한다는 독일 풍의 청년 R...은 나와 함께 질감을 들어 그나마 긍정해주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새처럼 생긴 여자애가 지나가는 것. 2학년 수업을 같이 듣는 애다. '얘도 왔구나' 하고 인사나 나눴는데, 나중에 보니 그리스인 조르바도 아니고 그리스인 파블로프도 아닌 그리스인 파블로스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 아니 좀 헐렁한 성격이란 건 잘 알겠지만 여자친구 불러온다메... 하고 보니 그 여자친구가 얘였나 보다. (라고 쓰고, 부른다더니 그 시간에 진짜로 불렀냐! 라고 읽는다.)
2.
Nemeth :
http://www.thrilljockey.com/artists/?id=11190사이트에 음원이 없어서 스타일을 확인할 수 없었던 네메스. 오스트리아 출신인 것 같다. 약자로 Aut라고 돼 있는데, 이게 내가 늘 "타조(오스트리쉬)"와 헷갈리는 "오트리쉬"인지 잘 모르겠네. 한 명은 샘플러와 건반, 한 명은 샘플러와 텔레캐스터 기타를 가지고 나왔는데, 온갖 잡다한 꾹꾹이 이펙터를 비롯한 장비들이 완전 정신 없게 연결돼 있었다. 노이즈와 디스토션, 피드백을 위주로 해서 소리들을 쌓아나가는데, 확실히 "전자음"과는 다른 "기계로 만든 소리"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말 미디로는 할 수 없는 음악을 꾸준히 쌓아올렸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오더라.
중간에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뒤늦게 들어온 가죽바지와 가죽점퍼의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동구권 쪽 언어를 사용하는 금발 언니를 옆구리에 끼고, 고개도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와 맨 앞줄 한 가운데 자리에 앉는 것이다. 전혀 목소리를 낮추거나 하지 않고 마음껏 떠들고 놀면서 키스하고 뒹굴고 난리. 톰 크루즈 st. 게이 가능성 65% 미청년 피에르는 또 그리스인 조르바도 아니고 그리스인 파블로프도 아닌 그리스인 파블로스가 부르주아적이라고 은근 비웃는 경향을 갖고 있어서, 참지 못하고 조용히 좀 하라고 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응? 뭐라고? (큰 소리로)" 뒤에서 쉿! 쉿! 하고 난리.; 신경도 안 쓰고 계속 떠들어서 피에르와 신경전을 벌이다가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냥 나가버렸다.
3.
Alva Noto :
http://www.myspace.com/alvanoto쉬는 시간에도 우리는 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알바 노토가 세팅을 만지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 과연 검정 테이프로 사과 로고를 가린 맥북프로 2대를 테이블에 얹어서 나오는 알바 노토. 그런 것도 또 간지셔... 옷도 후드 점퍼에 까만 바지에 흰 운동화. 영상 모니터를 위한 LCD를 바닥 쪽에 따로 설치.
그런 와중에 다시 들어온 아까의 아저씨. 피에르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야, 니가 아까 나보고 조용하라고 그랬냐?" "아니 솔직히 좀 너무하시더라구요. 다들 음악 들으러 온 사람들인데 아저씨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응 알았어. 그럼 나 또 여기 앉으면 너 싫어하겠네?" "아뇨, 상관 없죠. 조용히만 하시면 돼요. 진짜로, 이번 아티스트는 소리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니까, 감상에 방해받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그래? 이름이 뭔데?" "알바 노토." "아항. 나는 다음 팀 보러 왔어." 묵묵하게 세팅에 임하고 있는 알바 노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아저씨. "쟤야?" "네." "어이,
알바노! 소리 좀 내봐라! 좀 놀자 우리."
알바 노토는 피식 웃을 뿐 말이 어없었네에(모 트로트송 풍으로). 급 달려오는 스태프. "알아, 알아, 조용히 할게." 세팅을 마친 알바 노토가 들어가자 아저씨는 다시... "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인가? 생각하던 찰나, "좀 떨리네요. 뭐부터 할까요? 우리 알바노가 음악을 안 틀어주고 들어갔는데 대신 제가 광대 쇼라도 잠깐..." 다시 급 달려오는 스태프. "알아, 알아, 공연 시작하면 조용히 할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 위에는 전에도 본 적이 있는 영상이. 한국에서도 공연한 바 있었던 Xerox였다. 이번에는 샤를드골 공항의 소음을 채집해와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차분하게 울리는 노이즈와 리조네이터. 서서히 포근하게 소리가 커지던 와중에... "소리 좀 더 키워!" 아까의 아저씨. -ㅅ= 공연 시작하면 조용히 한다메! 계속해서 휘파람 불고 박수치고, 일어나서 막춤 추고... 피에르가 계속 따져도 안하무인이었다.
나도 무시하고 음악만 들으려 했지만, 너무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는 거. 아니 대체 알바 노토 정도 되는 사람이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나 생각하니 홰까닥 할 것 같았다. 나도 한마디 했다. "야, 좀 닥쳐. 그만해. 할만큼 했잖아. 진짜로 너 토 나와." ...나이 지긋하신 분께 토 나온다는 소리나 하고, 나 이렇게 나쁜 애 아니다. ㅠㅗㅠ 그냥 여기 사람들은 애기 데리고 가다가 애기가 장난치면 혼내면서 하는 소리가 그거길래 나도 그대로 했을 뿐. ㅠㅗㅠ 그러니까 원망하려면 미래의 새싹 어린이에게 토 나온다는 소리나 하는 프랑스 부모들을 욕하세연 ㅠㅗㅠ 얌전하게 앉아 있던 동양애가 갑자기 불어로 토 나온다고 하니 아저씨도 좀 의외였는지; 잠시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화난 표정으로 째려봤다. 한 1분 정도. 다시 무시하고 떠드는 아저씨. 더 이상은 못 참겠어서 가방을 들어다가 뒤통수를 팍, 하고 쳐버렸으면 좋았겠지만 괜히 경찰서 갔다가 체류증 갱신 못하면 어떡해 참아야지, 가방을 들고 다른 자리로 가서 계속 봤다. 그래도 맨 앞줄 한 가운데 자리라 거슬렸지만...
"알바노"의 음악이 마음에 별로 안 들었는지 결국 아저씨는 나가버렸고, 나머지 반이라도 그나마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묵묵하기만 했던 한국에서와는 달리 알바 노토, 컨트롤을 건드리면서 뭔가 고개를 슬쩍 뒤로 젖히고 느끼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리듬을 타기도 한다. 한국에 왔을 때 슬쩍 엿본 바로는 두 맥북 모두 에이블톤 라이브가 띄워져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라이브의 리조네이터 소리를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님 말고.; ) 저번에는 소리를 깎아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받은 인상은 "다양한 소리들을 겹치고 겹침으로써, 모든 대역대가 균일하게 소리나는 이론적 존재인 화이트 노이즈에 다가가려는 조각과정"이라는 느낌. 황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4.
Chrome Hoof :
http://www.myspace.com/chromehoof문제의 크롬 호프. 영국 애들이라고 하고, 공연 시작시간을 1시간 반이나 늦췄던 지각의 장본인들. 시계는 어느덧 11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 난동의 주인공 아저씨도 이 놈들을 보러 왔다고 하고, 여러 모로 기분이 나빠서 그냥 가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일단은 들어보기로. 무대는 본격 록밴드 세팅이 되어있고, 관객석 분위기도 아까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어떤 녀석들일까.
공연이 시작되자 키가 2미터는 돼 보이는 장신 남자 세 명이 올라오고, 고만고만한 키의 여자 셋이 더 올라온다. 근데 의상이... 의상이... 의상이... 드루이드 사제복이라고 해야할까? 큼직한 후드를 뒤집어쓰고 발목 근처까지 내려오는 로브를 다들 맞춰 입었는데 그 소재가... 소재가... 소재가... 무려 은색 빤짝이?! E-Mu도 아니고 무려 E-Mu Systems 로고가 선명한 건반을 허리께에 두고 구부정하게 두들기는 신장 2미터의 남자. (웬만하면 앉아서 치세요) 드럼과 베이스는 완전 중기 메탈리카 풍. 그런데 여자들이 잡은 악기는... 어라? 색스폰, 전자 바이올린, 바순?! 기타는 웬 펑키... 보컬리스트 등장. 전신 타이즈를 입고 커다랗게 별이 그려진 보라색 시스루 숄을 두른 흑인 언니가, 원더우먼 머리띠를 하고 머리를 빳빳하게 세운 채 맨발로
난입 나타나서
괴성을 노래를 부른다. 공연 중간에는 멀쩡하게 생긴 색스폰 언니가 갑자기 늑대 탈을 뒤집어쓰고 나오더니, 연주하는 손을 보니 손도 늑대손이야 ㅁㄴㅇㅁㄴㅁㄴㅇㅁㄴ 베이시스트는 나중에 웬 투구를 쓰고 나와 ㅁㄴㅇㅁㄴㅇㅁㄴㅇ 뭐야 이 놈들...
게다가 음악은 스래쉬-프리재즈-펑키-싸이키델릭-트로트를 3초마다 오가는... 완전 어이가 없어서 한 10초마다 뿜어가며 듣고 있는데, 모든 미스테리가 풀려버렸다. 1시간 반이나 늦게 만든 지각 사태며, 알바 노토 공연의 취객 난동이며...... 그래, 이런 놈들과 이런 놈들 팬이라면 그럴 만도 해... 그러고보니 아까 밖에서 씨디와 티셔츠 팔던 남자도 리처드 D. 제임스를 닮아서 R...과 피에르와 함께 킥킥댔었어...
그런데 연주는 하나같이 기가 막히게 잘한다. 정교한 테크닉은 물론이고, 그 정신줄 놓은 음악을 하면서도 한 번의 어긋남이 없다. 본격 프리재즈를 하다가 또 갑자기 본격 데스메탈을 하기도 하는데, 비록 정말 어이 없는 음악이지만 뭔가 엉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대체 뭐냐고, 이 말도 안되는 설득력은. 이건 뭐 삘릴리 재규어도 아니고... 그래서 생각한 건데,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전부 음악학교 학생들이었을 것이고, 학교에서도 수재로 손 꼽히는 녀석들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래 다만, 테크닉이 너무 정제되다보니 그 과정에서 정신줄을 좀 놓은......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음악이 나올 수가 없다구! 나의 악기 연주가 뭐든 엉성하고 어설픈 것이 이렇게 감사해보기는 처음이었다. (......) 피에르와 R...은 공연장 앞에서 나눠주는 귀마개(왜 주나 했다)를 꼽고 앉아 있다가 결국 못 참고 나가버렸고, 파블로스는 "나갔네? 그치, 이런 모욕을 참을 수가 없겠지 ㅋㅋㅋ"라는 반응...
공연이 끝나고서는 파블로스와 새처럼 생긴 그 여자친구와 함께 전철을 탔다. 시간은 벌써 1시가 다 돼가... 할로윈이라는 말에, "디스 이즈 할로윈, 디스 이즈 할로윈, 할로윈, 할로윈..." 계속 노래하는 파블로스. "너 팀 버튼 팬이야, 데니 엘프맨 팬이야?" "당연히 데니 엘프맨이지. 아니 뭐 팀 버튼도 좋긴 하지만, 솔직히 그 작품에서 그 인간이 한 일이 없잖아. 인형을 지 손으로 만들었나?" "아니 왜, 디자인도 하고 스토리도 썼는데. 스토리는 완전 100% 팀 버튼스러운 모티프잖아." "하긴 그렇지, 팀-버트니앙하지." 두 사람은 어디 2차 하러 놀러 간다는데, 같이 가겠냐고 묻는다. "어디에 있는데?" "생투앙." ... 동쪽끝 집에서 북쪽끝 학교 가는 것도 벅차 죽겠는데, 서쪽끝 공연장에서 다시 북쪽끝에 갔다가 다시 동쪽끝 집으로 들어가라고? ; "난 좀 힘들 것 같아. 아하하..." 귀여운 구석이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