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름 동안 즐거운
여행을 했다. 가족이란 게 늘 함께 있어 즐겁기만 한 관계는 아니지만, 강박에 시달려야 할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기는 쓸지 안 쓸지 모르겠다. 사실 "왜 한국인들은 이런 곳은 오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꼭 블로그에 올려야지, 라든가, 차라리 여행 책이라도 써볼까! 라든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할 정도로 좋은 곳들이 있었다. 그런 곳은, 음, 봐서 쓰든지. 사진을 정리하다가 쓰게 될지도 모르고.
2. 운전면허 공증을 받았는데, 2종 오토 면허인데 2종 수동 면허로 공증을 해줬다. 이사는 차를
렌트해서 직접 운전할 생각인데, 조금 더 싼 가격에 수동을 빌릴까, 아니면 그냥 마음 편하게 돈 좀 더 주고 오토를 빌릴까 생각 중이다. 실은 Avis에서는 비자 카드를 써야 한다고 하길래, 한국 통장에 잔고가 얼마 없어서... 크. 수동을 몰 줄 알긴 하는데, 무식한 군용차 말고는 수동을 몰아본 적이 없어서 좀 부담이 되긴 한다.
3. 완전 소중 뒤샹 언니의 깜찍한 변기가 표지에 나와 있는 Beaux Arts 8월호 특집이 "
미술계의 스캔들"이었다. 60 페이지를 파리에 올라가고 기차 기다리고 내려오는 길에 다 읽었는데, 좀 벅차기도 했지만 너무 재밌었다. 엄마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읽기에는 부적절한 이미지들이 꽤 있었지만. 크. 읽으면서 생각해 봤다, 음악에서도 같은 일이 가능할까? 그러니까, 불온하거나 도발적인 가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음악 자체로 말이다. "이제는 실제로 모럴에 어긋나는 행위 만이 아니라 그것을 재연하는 것도 모럴에 어긋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을 읽으며 얼핏 든 생각은, 불법 다운로드 받은 영화의 살인 장면 음향 샘플들만을 모아서 음악을 만든다든가... 그리고는 그 점을 뻔뻔하게 적어 놓는다든가... 프하하. 생각해 놓고는 우스웠다. 확실히, 지적 소유권 부분을 건드린다면 자극적일지도??
4. 올해 이 동네 10대 애들이 많이 하고 다니는 게, 닌자가 던지는 표창처럼 생긴 체크무늬(이런 거 무슨 체크라고 하던데) 목도리다. 빨강-까망, 녹색-까망, 혹은 하양-까망으로 된 그런
체크 머플러를 목에, 무슨 서부시대 열차강도 분위기로 두르고 다니던데, 민소매 티 위에 널찍하게 두르면 예쁘긴 하다. 이번에 자라에서 같은 컨셉으로 나온 듯한 가을/겨울 목도리를 봤다. 체크무늬 모양 자체는 훨씬 얌전하게 톤다운 하고서, 배경색을 무지개색 그라데이션으로 처리했다. 슬쩍 둘러봤는데 예쁜 것 같다. 두르기에 따라서 다른 색이 보이는 것도 좋고. 다만 여성 라인인데다가 하필 특정 성취향의 아이콘인 무지개라... 무지개 그림이 아니라 무지개색 그라데이션이고, 정작 보이는 것은 전체 배색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호모포빅도 아니면서 이런 거 걱정하고 있는 나도 좀 웃긴다. 이게 다 나를 게이라고 멋대로 단정지었던 J의 탓! ...은 아니고.;
5. 뚜르에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조금씩 센티멘탈해지곤 한다. 내 방 창밖으로 보이는 생가시앙 성당의 야간 조명을 보면서도 "이거 볼 날도..." 한다든지, 뭐 그런 식. 문제는 이사 날짜를 미룬 탓에 이런 증상이 거의 한 달째라는 것. 멜랑콜리에 휘둘리고 싶진 않다.
6. 생각난 김에, 뚜르 떠나기 전에 CCC에 가서 '마르셀르 뒤샹'과 '프랑신느 피카비아' 뱃지를 꼭 사야겠다. 크크.
7.
만 레이 DVD 박스 세트가 또 하나 나온 모양이다. 만 레이의 파리 작업실이 철거되기 (왜!!) 직전에 촬영한 작업실 풍경과 부인 인터뷰, 누군지 나는 모르는 사람의 사진집(아마도 만 레이 관련), 그리고 만 레이의 육성 강연 두 편이 130 페이지에 걸쳐 채록돼 있다고 한다. 가격이 한 10만원 하는 것 같다. 읏. 퐁피두에 보니까 만 레이의 영상 작업들을 모은 DVD가 한 30 유로 하는 것 같던데 그거나 살까봐...
8.
록시딴이 물건이 싸서 종종 사고 있다. 요즘 쓰는 것만 해도 폼클렌징, 아이젤, 셰이빙크림, 풋크림... 뭐야, 얼마 안 되네. 점장 아줌마의 말에 따르자면 "그냥 자연주의 화장품이니까 쓰고, 프로방스 지역 특산물 분위기로 파는", 그러니까 뭐 페이스샵이나; 스킨푿드; 정도인데 한국에선 너무 비싸잖아. 억울해서라도 더 쓰고 있다. 사실 썬블록이랑 토닉도 록시딴으로 새로 사려고 했는데, 토닉은 랑콤 것이 너무 매트하고 시원해서 좋고, 썬블록은 SPF 수치가 낮고 테스터가 없어서 안 샀다. 비오템 사려고 했는데 여름도 다 지나간 분위기니까 그냥 올해는 버틸까 한다만. 하여튼, 엄마가 오셨을 때 바디크림 새로 사고 싶다고도 하시고, 내가 쓰는 폼클렌징이랑 아이젤도 좋다고 하셔서, 록시딴으로 모시고 갔는데... 하필 딱 바캉스 떠난 모양. 잊지 않겠다, 록시딴... 어쩌다가 앙부아즈에 열려 있는 록시딴이 있어서 들어갔더니 "흥, 관광객 따위!" 하는 분위기로 엄청 짜증스럽게 구는 점장 아줌마. 잊지 않겠다, 록시딴... 뚜르 록시딴 점장 아줌마는
샘플도 잘 주고 정말 상냥한데. 쳇쳇쳇.
9. 8월 초에 햇살이 너무 뜨거웠다. 엄마랑 같이 파리에 있으면서 오이 마사지 하기도 뭐해서 계속 걸렀더니 얼굴이 까맣게 타버렸다.
10. 뚜르 떠나기 전에
네베르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 블루아, 앙부아즈에 갈 때 타는 라인의 종점인데, 영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뚜르와 네베르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구글에서 지역 정보 검색할 때 꼭 우편번호를 함께 쳐야 한다는 것... Tours라고만 치고 37000 빼먹으면 온갖 세계 투어 관련 정보들만 가득 쏟아지는데, 구글에서 그냥 Nevers라고만 쳤을 때의 결과는 상상하기가 두렵다. 포슬린 공예로 유명한 도시라고 하는데, 구경하러 가야지.
11. 마크 레비 원작,
똘망똘망 비르지니 출연의 <
Mes amis, mes amours>가 기어이 극장에서 내려간 모양이다. 아윽. 반면, 카소비츠의 신작이 개봉한 모양인데,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에서 한 여자를 에스코트하던 특수부대가, 여자의 몸 속에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들어있다는 걸 발견한다는 내용이라고... 왠지 이름은 뤽, 성은 B로 시작하는 어느 감독이 하던 짓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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