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기가 나갔었다. 전기공사와 레지던스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고생은 물론 나 혼자 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폐도 끼쳤지만. 덕분에 굉장히 우울한 주말이었고. 음. 1월에는 난방기 고장, 2월에는 1주일간 감기몸살, 3월에는 전기가 끊겼으니, 4월에는 아마 집에 불이 나지 않을까 한다. 자나깨나 불조심.
2. 어제는 시험이었다. 성적은 나쁘지 않다. 마는, 과목별로 성적이 너무 들쑥날쑥한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다. 내일도 시험이다. 가 아니라, 내일이 진짜 중요한 시험이다. 음음. 최근 들어서 세번째로 치는 중요한 시험인데, 그 중 중요도로는 가장 높다. 세 시험 모두 스타일은 비슷비슷한데, 이번이 난이도도 가장 높을 예정.이다만, 앞서 두 번의 시험에서 난이도가 하도 희한하게 나온 것들이 많은지라, 마음에 수심이...
3. 우리 반에는 츤데레 미국인 A가 있다. 처음엔 하도 이유도 없이 틱틱거리길래, 좀 귀여운 것도 같고 무서운 것도 같고 그랬더랬더랬더랬다. 마는, 얼마 전에는 갑자기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러니를 좋아할 뿐이지 성격이 나쁜 애는 아니야." "...그래?;" 아이러니를 즐기는 것치고는 조금 약한 것 같기도 하고, 방향이 좀 치우친 것 같기도 하고... "한국에선 그런 걸 츤데레라고 해(뻥)"라고 해주려다가 말았다.
4. 우리 반의 사우디아라비아인 A는, 처음 보는 순간 흠칫했었다. 디페쉬 모드의 데이비드 개헌을 너무 닮았다. 궁금해서 한번 물어봤었다. "디페쉬 모드 알아?" "아니." "거기 보컬리스트가 너랑 너무 닮아서..." "그 말은 자주 들었어, 디페쉬 모드의 곡은 들어본 적 없지만." 내가 해태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5. 우리 반의 미국인 T는 엄청 까불까불해서 미국인 A의 빈축을 자주 사고 있다만, 같은 조가 되어서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가상의 뉴스쇼를 만드는 것인데, 아랍인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아랍인 역할은 아리아인 느낌 100%의 독일애에게 맡기기로 했다. 질문 중 하나가, "케밥을 만든 사람은 누구입니까?" 답은 "우리 할아버지" 뭐 이런 식의 개그로서도 좀 쳐지는 개그인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추가질문을 하자고 제안해봤다. "할아버지 성함은?" "모하메드." "...당신은?" "모하메드." "...혹시 당신 아버지는?" "모하메드." 아랍 애들 중에 워낙에 모하메드가 많아서 그냥 생각해 봤는데, T가 너무너무 기뻐하면서 좋다고 했다. 그런데 아랍애들 표정이 너무 안 좋은 것이었다. 순간 아차했다. 프로젝트에서 시시한 개그 한번 쳤다가 미움받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더구나 데이비드 개헌 닮은 애한테 미움의 눈초리 한번 받으면 심장에 너무 안 좋을 것 같았다. 철회, 철회. 나중에 아랍인 A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혹시 그것 때문에 기분 상했냐고. "아니? 그냥 졸려서 그랬는데. 근데 그거 뭐 아무렇지도 않아. 그냥 해. 괜찮아."
6. 예전 같은 반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인 D와 J에게 아랍어를 배우며 발음 좋다고 칭찬 받는 것이 요즘 삶의 낙이다. 아랍인 A에게 "셴다클리움?" 했더니 무척 좋아해줬다. 뜻은 그냥 워썹맨.;
7. 오늘은 왠지 허리와 머리가 아프다.
8. 유로가 너무 올랐다.
9. 전통적인 사고와 19세기 말부터 배운 유럽의 사상을 잣대로 타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자유, 평등, 관용, 이성, 인본주의가 기본이 되지 않은 사상을 천년 이상 발전시킨 나라들이 하나 둘이 아닌 것이다. 심지어 "정의라는 목적이 살인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사고는 심지어 미국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것이 전쟁이든, 사형이든. 게다가 서로 다른 정의의 정의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 아니겠나. 그런 그들에게 함부로 자의적 정의의 정의를 들이댄다면, 자신도 이해 받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폭력과 성차별, 인종차별이 가득한 한국이기에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