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고거래가 무섭다. 살 때도 이것 저것 물어볼 게 많을 수 있고, 시간약속도 잡아야 하고, 상대방이 얼마 정도의 에누리를 예상하고 있는지에 따라 흥정하는 것도 어렵고, 사고 나서도 뭔가 이상하거나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어디 물어보거나 하기도 막막하다. 물론 뭐, 판매자에게 물어봐도 되겠지만, 거래 전일 경우엔 혹시나 '이 물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에누리도 최소화해야지' 하고 생각하진 않을까 염려되고, 거래 뒤엔 뒤대로 계속 이것저것 물으면서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아무래도 불행 같지만) 나는 현금보다는 카드 위주의 소비를 하고 있어서, 중고거래로 물건을 사는 일이 많지는 않다.
요즘은 안전거래라든지 카드로 중고거래할 수 있는 루트도 꽤 있는 것 같지만서도.여튼 그래서 내가 무서움을 실감하는 중고거래는 사실 내가 판매자 입장인 경우가 많다. 대체로 물건을 쉽사리 바꾸는 편은 아닌지라 그나마 건수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래저래 팔아버릴 물건들이 많아졌다. 방금도 조그만 것 하나를 배송 보내고 오는 길이다. 처음에 매물을 올렸을 때 예약을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밤 늦게까지 계속 문자를 보내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게 왜 그리 많은지. 비싸거나 복잡한 물건도 아닌데. 뭐, 확실히 알아보고 사려는 태도는 좋다. 근데 조금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에누리를 요구해와서, 그냥 빨리 팔아버리자는 마음에 그러마 했더니, 거래하자는 날짜도 미뤄졌다. 이거 괜히 시간만 많이 끌고 돈도 별로 못 받고 왠지 거래 후에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귀찮게 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서 그냥 연락을 끊어버렸다. -ㅅ= 매너가 아닌 건 알지만, 미안하지만 너무 지겨워졌어. -ㅅ= 그리고 중고거래는 무섭기 때문에 빨리 해치우는 편이 아니면 역시 싫어. -ㅅ=
그 사람 때문에 연락을 돌려보낸 사람이 몇 있었는데 뒤늦게라도 다시 연락을 해볼까 그냥 매물을 새로 올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연락을 해왔다. 안전거래로 택배비 판매자 부담인 조건으로 내가 제시한 가격 그대로 사겠단다. 관련물품 하나가 상태가 꽤 낡은 것이라 같이 사겠으면 사고 따로 팔아도 된다고 글을 올렸었는데, 그것도 기능에만 이상 없다면 아무 상관 없다고 시원스럽게 나와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조금은 마음 편하게 거래해도 되는 것 같다.
근데 그런 사람만 만날 수가 있나. 지난 번에는 내가 올렸던 매물이 급하게 필요한데 지금 남부터미널에서 잠실의 자기 작업실까지 가져다 줄 수 있냐는 녀석까지 있었다. 전화 받은 시각은 새벽 2시 반, 시간이 늦었는데요, 했더니 "차 없어요?" 게다가 에누리까지 상당히 해달라더라. 그래서 그때 어떻게 했더라, 뭐 하여튼 적당히 거절했던 것 같다. 그런 녀석과 또 마주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아직까진 그런 적 없었지만 판매완료된 뒤에 갑자기 나도 모르던 결함을 들고 나와서 클레임 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또, 내가 정성껏 양심적으로 거래한 뒤라도 나는 상상도 못한 이유로 '이거 사기꾼이었네, 쯧'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 뭐 다 떠나서 나는 사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게 좀 무서운데, 더구나 같은 영역에 관심을 둔 사람, 더구나 돈이 오가는 관계라면 더더욱 무섭다.
조금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조만간에 모니터 스피커와 믹서도 팔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안타깝다.
이쁜데. 정도 들었고, 많이 서운할 것 같은데. 조금은 더 두고 봐야 확실히 결정할 수 있겠지만 정말 팔 때가 되면 마음 한 구석이 휑할 것 같아 좀 두렵다. 게다가 스피커는 무게도 무거워서 이걸 거래할 생각을 하니 일단 막막하기도 하고. 또, 내가 막 스펙 줄줄 꿰고 기능 늘어놓고 척척 해치우는 타입도 아닌지라 괜히 엉뚱한 소리 들을까봐 무섭다. 실은 바꾼 오디오카드와 잘 쓰지도 않는 모듈 하나를 아직 못 팔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무서워, 무서워. 차라리 아는 사람에게 팔고 싶다.
에코 지나 3G 오디오카드나 이뮤 익스트림리드 사실 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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