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붐에 관한 이야기는
살인적인 리메이크.에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이 글은 리메이크에 관한 김동률의 발언에서 곁다리로 새어난 이야기. 다만 덧붙이고 싶은 것은 관련 글들을 보다가 알게 된,
"원곡에 편곡이나 개사 등의 수정을 가하지 않는 경우는 저작권 협회가 원 저작자와의 합의를 대신한다"는 부분은 좀. 물론 수정을 가할 경우에는 더더욱 원 저작자와 직접 합의해야 할 테고, 리메이크에 꼭 편곡이나 개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안 그래도 거저 먹기로 리메이크하는 애들이 많은데, 원곡에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저작권 관련 합의도 한 큐에 끝낼 수 있다니까, 더 거저 먹는 행위가 더 쉬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든다. 그래, 거저 먹어라.
김동률은 무단 리메이크에 대해 조용필은 사과를 받았으나 자신은
"꾸짖을 군번이 안 된다"고 했다. 아니, 뭐, "가요계" 혹은 "연예계"라는, 집단으로서의 바운더리는 불분명한 집단에서 위계질서가 엄격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버라이어티 쇼에서의 지나가는 말들이나 우스갯소리로도 익히 접하고 있는 바. "후배가 '사고를 치면' 더 윗선배가 나서기 전에 달려가서 처리하는 중간 짬밥"이니 하는 소리들도 하지 않나. 뭐 완전 군대식이지. 어떤 의미에서는 공동생활하고 있는 군대보다, 초면이고 앞으로도 볼 일 거의 없을지라도 90도 인사하는 연예계가 더 엄격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방금 얘기한 '후배의 사고'라는 것도 일반의 상식선상의 사고라기보다는, "선배에게 개념 없이 구는 일"에 상당부분 해당할 가능성도 지대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뭘까. 김동률의 곡을 무단으로 리메이크한 사람들, 혹은 그 프로듀서들이 김동률보다 모두 선배인 것일까? 그것은 약간 의문의 여지가 있겠다. 그래도 김동률이 데뷔한지 어언 15년차인데. 뭐 고등학교 때 쓴 곡으로 대학 1학년 여름에 데뷔했으니 어린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만. 또, 김동률의 데뷔를 적극 지원한 것이 신해철이고, 이승환, 이적 등과 함께 놀면서 어느 정도 입을 열 자격 혹은 분위기는 충분히 되는 입장 아닐까. 그렇다면 김동률보다 후배가 그런 짓을 했는데 김동률이 직접 후배를 혼내는 것조차 위계질서 내에서 용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
뭐 어디까지나 가정일 따름이지만,
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다. 위계질서 사회의 엄격함은 보통, 특정한 행동이 어느 정도 위치의 사람에게 용인되는지에 의해 판단할 수 있다. 군대식 위계질서니까 군대의 예를 들자면, 샴푸를 일병이 되면 쓸 수 있는 부대와 상병은 돼야 쓸 수 있는 부대를 비교하는 식이다. 무단 리메이크가 국내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라 하더라도 상식이나 예의의 차원에서는 분명히 어긋나는데,
데뷔 몇 년차면 그런 행동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김동률도 데뷔 15년차니까 특정인명을 거론하지 않는 정도 선의 타협으로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거겠지? 2년쯤 전에 말했으면 '사고 친' 것이 되어 더 윗선배들 심기 불편하시지 않게 90년 쯤에 데뷔한 선배가 불러내서 수습했을 일이고?
주위에서 음대 쪽 사람들을 가끔씩 볼 일이 있는데, 확실히 음악 하는 사람들 위계질서 강하다. 개인주의도 팽배하고 여자애들 목소리도 큰 편인 우리 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당연하게 벌어지는 것을 몇 번씩 봐왔다. 그들 입장에서는 상호의 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니까 가능한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우리 과 같았으면 난리 났을 텐데'라든가, 남고를 다닌 나로서도 당혹스럽다든가 하는 경우들도 보여서 낯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한국에서 음악하는 사람들, 참 힘들게 하는구나. 재능과
-인정하고 싶은 것은 일부에 한정되지만- 창의력을 갖추고 기쁘고 즐겁게 음악을 하려는데, 아티스트로서의 자의식이나 기본적인 권리보다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더 강하다면. 참 할 맛 안 날 것 같은데
-인정하고 싶은 것은 일부에 한정되지만- 열심히들 하는구나. 여섯 학번 차이나는 학교 선배와 같이 밴드 하며 거리낄 것 없이 서로 할 말 다 하며 까불거렸던 나는 정말 편안하고 구속 없는 환경에서 논 거구나. 앞으로는 한국음악 20번 씹고 싶으면 19번만 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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