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영화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거나 좋은 말을 하더라도 말투만 비딱하거나 다 좋은데 이건 좀 그랬다는 얘기를 하거나 하면, 유독 어이 없는 논리로 달려들어 헐뜯는 케이스들이 있다. 최근의 사례로는 모 괴수 영화와 모 변신로봇 영화가 그렇더라. 가장 흔히 보이는 패턴은 이렇다. "
스토리 전개가 형편없다, 내용도 없다. →
블록버스터 영화는 원래 스토리 보는 게 아냐. 할리우드의 대형 액션 영화들 다 스토리 개판이다. 그렇지만 화려한 액션과 CG와 등등을 보는 거지. 너 영화 볼 줄 모르는구나. 쥐뿔도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흥분하는 이유부터 알 수가 없다. 어이 없는 정도로 따지자면
"우리 오빠가 민망해하잖아!"라며 멀쩡한 스케이터의 미니홈피에 다리가 잘리라는 악플 남기는 애들 급이다. 건전한 비판이든 점잖은 비평이든 무작정 욕설이든, 스토리 전개가 후줄근해서 싫다고 하면
얘는 그런가보다 하면 그만이다. 사실 나는 충실한 스토리 전개는 "잘 만든 영화"의 기본 요건 중에서도 기본 요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토리 전개가 엉성하다고 꼭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라는 정도까지는 타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취향은 여전히 스토리 전개가 충실한 영화다. 그렇다고, "스토리 전개도 형편 없는 이런 영화는 인류의 수치니까 사라져다오. 이런 영화를 좋다고 보는 놈들은 변태 오타쿠 찌질이 쓰레기다." 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누구나 자기가 재밌게 보는 영화는 각자 따로 있는 건데. "별로 재미 없으셨나보군요. 저는 그보다는 화려한 CG와 감동적인 음악이 참 좋았습니다." 하고 넘어갈 일에 왜 거품들을 물까.
니네 그 영화랑 사귀니??나
<드림 걸즈> 참 재밌게 봤다. 그 영화 스토리 후지다.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휙휙 넘어간다. 영화가 드림즈의 흥망성쇠를 내부에서 다루고 있음에도 그 시선은 "팬의 시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의 뒷 이야기를 한정적으로 접하면서 정황만으로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구성해 알고 있지, "이건 이래서 이랬고 저건 저래서 저랬다"라고 논리적으로 전부 끼워맞추고 있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음악이 좋았다. 그래서 내러티브 약하지만 즐거웠고, 무척 좋게 봤다. 남들이 내러티브 약하다고 욕해도 별 느낌 없던데. 아무래도 니네 진짜 그 영화라 사귀나보다.
"괴수 영화의 세계에서는 <괴물>이 정석을 벗어난 수준 낮은 영화다. 괴수 영화의 문법에 충실한 영화를 가지고 괴수 영화를 모르는 자가 함부로 떠들어대고 있다."는 말도 하더라.
(일단 한숨 한번 쉬고) 괴수 영화를 즐기진 않지만 무시할 마음은 없는데, 적어도 지금 괴수 영화가 영화 비평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괴수 영화의 정석이 B급 영화의 정의보다 상위의 개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의도적인 키취와 정황상 어쩔 수 없는 B급은 차원이 다른 거다. 반면 웰메이드는 영화 비평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최근의 모 변신로봇 영화는 볼 마음 없지만 분명 웰메이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쨌거나 웰메이드"임에 분명했던 <괴물>이 "괴수 영화로서는 괴작 혹은 무개념작"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SFX 영화 전체, 혹은 영화 전체에서의 <괴물>의 위치를 격하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건 마치, 웰메이드 휴먼 드라마와 B급 학원물을 놓고 똑같이 안경을 쓴 미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모에 만화의 기준으로 수준을 따지자는 것과 같다. 후자는 비록 이러이러한 약점이 있긴 하지만 안경 미소녀가 가슴이 크고 어리버리하며 츤데레기 때문에 전자보다 나은 작품이다! 라고 우긴다든지. 괴수 영화들의 대부분이 B급의 성향을 띠고 있고, 괴수 영화 마니아들이 B급 정서를 사랑해 마지 않는다 해도,
"일부러 추레한 B급의 질감을 담아내야만 잘 만든 영화"라는 평가기준은 이해할 수 없다. B급의 질감을 의도했다면 그건 키취겠지.
원래 다른 얘기 쓰면서 잠깐 얘기할까 그랬는데 또 옆으로 한참 새버렸네. 원래 쓰려던 이야기는 또 미룬다. 개인적으로는 심형래를 응원한다. 아류였던 이창훈을 멸시하지 않을 수 없었을 정도로 그는 내 어린 날의 우상이었다. 지금도 훌륭한 의지와 추진력과 집념으로 행동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학력 사칭 어쩌고 하는 소리도 다 우습다. 적어도 어린 시절의 우리들에게는 한국의 성룡이었던 심형래가 지금의 기준으로도 한국의 성룡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내키지는 않는다. 특촬물이나 화려한 SFX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파충류를 무서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한 서너장 예매해서 돈만 보태주고 영화는 보지 말까 생각까지 해봤다-ㅅ=.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지가 그에게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오공감을 달군 어느 글처럼, 쫄딱 망하고 재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혹은, 흥행에는 엄청 성공하지만 "일반 관객들"에게서 가혹한 비판을 받아서 뭐가 문제였는지 고민해보게 된다든지. 적어도 의심 없는 신념과 애국심에 불타 비판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 그에게 일말의 보탬이 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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