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사이트에서도 뭘 하는 공연인지 써있지 않으니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일단 기본은 텍스트가 곁들여진 무언극이랄까. 무언은 아니지만 뭐 거의 중얼거리거나 자막이거나 하는 정도. 다양한 무대장치들에 기술적 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노이즈 사운드와 함께, 살벌하게 귀를 때리는 효과음향들도 자극을 더해주었고. 그래, 뭔가 자극적으로 하자거나 살벌하게 하자거나 하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과, 더 피해자가 되는 흑인 여성의 계급적 관계를 아이러니하게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그걸 가지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뭔가, 연대를 강조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상호 이해의 허위성을 말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그 이후의 물신화 과정은 씨네21 최근호에서 읽은 기계에 관한 내용이 생각나 더욱 흥미로웠고.
가장 쉽게 눈에 보이면서 "쎄다!" 싶었던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자막으로 쳐주면서 전개되던 노예화 장면. 벌거벗은 흑인여자의 몸에 쇠사슬을 채우고 있는데 나오는 자막은 "사랑을 찾아서 수천리 바다를 건너 찾아왔습니다." 야, 진짜 너희들 너무... 좋다. 크크.
사람의 머리가 잘린다든지, 인체의 비례를 학대한다든지, 머리에 대고 레이저를 쏜다든지, 느닷없이 유리판을 깨부순다든지... 굉장히 자극적이어서 길지도 않은 플레잉타임 내내 너무 즐거웠다. 생각도 못한 연출들이 쏟아지고, 모든 게 자극, 자극, 자극. 정말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마도) 밀랍이 무대 한쪽에서 계속 녹아 흐르고 있는데, 끈적하게 뭉쳐 떨어지면서 장력에 의해 다시 올라가기도 하면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무척 보기 좋았다. 매튜 바니 때문에 "그런 물질"에 대해 약간 트라우마가 생겼었는데, 이번엔 좋더라고.
초딩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