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비를 간장에 푸시는군요."
"네? 그럼 안 푸나요?"
"저는 간장은 그대로 두고 와사비를 조금 떼어다 사시미에 얹은 채로 간장을 찍어서 먹는답니다."
"음 그래요?"
"원래 간장에 와사비를 푸는 게 아니라고 해요."
"그런 얘기를 들은 것도 같네요.."
"그게 실은 1855년 에도 막부 시대의 세력가 다카하시 고지로의 일화가 있죠. 그가 눈여겨 보고 있던 여인-이름은 치세입니다-은 다카하시의 라이벌 요시히로 신타를 사랑하고 있었답니다. 보기 드문 미식가였던 다카하시는 치세가 와사비를 극도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두 사람에게 제안을 하죠. 다카하시의 집 와사비와 요시히로의 집 와사비를 비교하여 더 맛있는 와사비를 제공하는 사람을 치세가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치세와 요시히로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다카하시는 집의 요리사-라기보다는 여튼 요리를 담당한 사람이 있었겠죠-에게 최고의 와사비를 준비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세사람은 요시히로의 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요시히로의 와사비는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치세는 정말 맛있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다음날 세사람은 다카하시의 집에 모였습니다. 다카하시의 요리사가 준비한 와사비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신선한 향이 입안을 감돌아 온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것만 같았지요. 그런데 치세의 선택은 요시히로였서요. 애초에 그녀는 요시히로를 사랑했던 거죠. 맛이라는 건 어차피 주관적인 것이니 어쩔 수 있겠어요?
화가 난 다카하시는 간장그릇에 와사비를 담아 짓이겨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요리사는 다카하시의 절망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정성껏 준비한 와사비를 그렇게 다루는 걸 보고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간장에 와사비를 풀면 원래의 푸른 빛이 없어지고 누렇게 되어버리잖아요? 딱 이틀간 괴로워하던 요리사는 결국 뒷뜰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을 해버렸답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간장 그릇에 와사비를 푸는 것을 음식을 준비한 요리사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세월이 흘러 일제 강점기의 한국에서는, "사시미는 일본의 요리지만 회는 엄연히 다른 조선의 요리다"라는 식의 인식이 존재했다고 해요. 그래서 당시 지사들이 모인 자리에 회가 나오게 되면 항상 간장그릇에 와사비를 일부러 풀어서 회를 먹곤 했다는군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요리사에 대한 모독으로는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요. 일본의 풍습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던 소박한 예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저는 딱히 그런 게 꼭 요리사에 대한 모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와사비를 풀어서 먹기에는 어쩐지 조심스러워지는 감이 있네요. 일식집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겠지만, 혹시라도 기분 나쁠 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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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에 어느 게시판에 썼던 글을 찾아냈다.
내용은 물론, 쌩뻥이다.
# by 퍼프 | 2007/05/23 04:46 |
재미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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